[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요즘 저는 졸음 때문에 직장생활에 곤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져서 일에 집중을 하기도 힘들고, 주변에서도 저에게 상태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최근에는 운전을 하다가도 졸음이 쏟아져서, 빨간불에 정차해있다가 깜빡 졸거나 하는 일까지 생기니 이러다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해지기도 하고, 주변에서는 갑자기 조는 제 모습을 보고 기면증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뒤로 기면증에 대해 찾아보니 갑작스럽게 잠을 이기기 어려운 졸음이 쏟아지는 병이라는 게 정말 제 요즘 이야기인 것 같아서 제가 기면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회사에서도 일에 집중을 하기가 힘들고, 예전보다 능률도 훨씬 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자다 깨다 하다 보니 커피를 거의 입에 달고 살고, 집에 오면 몸은 파김치 같은데 잠은 못 자고 하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잠깐 졸고 나면 또 정신이 말짱해지고 그럴 때면 일을 잘하는데 어느 순간 졸음이 그냥 폭포처럼 쏟아져서 잠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기면증일까요? 기면증이면 치료할 수 있는 병일까요? 병원에 찾아가거나 수면제를 찾아 먹자니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A) 안녕하세요. 주간 졸음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군요. 특히나 직장생활을 하는데 잠을 잘 조절하기 어렵다면 그 스트레스가 정말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정도라면 분명 일상생활에서 상당 정도 이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정상적인 수준의 수면 패턴을 넘어서는 문제를 겪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기면증의 진단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면증은 흔히 '갑작스럽게 졸음이 쏟아져서 시도 때도 없이 갑자기 잠드는 병'이라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기면증의 의학 용어인 Narcolepsy가 'Narco=졸림', 'Lepsy=발작'의 합성어인 만큼 흔히 알려져 있는 ‘멀쩡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잠들어버리는 모습’은 곧 기면증으로 쉽게 이해되곤 합니다. 

 

물론 기면증이 억누르기 힘든 수면 욕구로 심하게 낮잠을 자거나, 깜박깜박 잠이 들게 되는 질환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으로 깜박 잠이 드는 것 말고도 ‘기면증’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로, 픽 하고 쓰러지는 발작을 떠올리곤 하는데, 사실 실제 기면증에서는 이 발작이 꼭 수면을 동반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탈력발작이라고 이르는 증상입니다.

주로 웃음이나 농담, 갑작스러운 분노처럼 감정적인 자극에 의해 발생하는 탈력발작은 전신 근육에 갑자기 힘이 빠져버리는 발작인데, 막 웃거나 화를 내다가 갑자기 입을 벌리고 고개를 떨구거나 털썩하고 쓰러져버리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탈력 발작 이후에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탈력 발작은 기억을 잃거나 잠이 들지는 않고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기면증은 갑작스러운 졸음이나 낮잠, 탈력발작 이외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다른 대표적인 증상들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잠이 들 무렵, 잠에서 깰 무렵에 환각을 느끼거나 의식은 깨어있지만 근육에 힘이 빠져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흔히 말하는 가위에 눌린 것 같은 상태를 자주 경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이야기를 보면, 갑작스럽게 졸음이 쏟아지고, 자서는 안 되는 때에도 그것을 이겨내기 힘들어 깜빡 잠에 빠질 정도로 분명 어려운 상황을 겪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질문자님께서 정말 기면증인지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말씀 주신 부분들 이외에 위에 설명드린 것과 같은 탈력발작이나 가위눌림 증상 같은 것들도 함께 겪고 계신지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보통 기면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주간졸음보다도 탈력발작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만약 질문자님께서 위에서 탈력발작이라고 설명드린 바와 같은 증상이 없으시다면, 기면증이 아니라 다른 수면장애, 단순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주기의 교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주간 졸음을 억제하기 위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게 되고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해주신 것을 보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단순 불면증이나 수면 주기 장애도 수면제나, 각성제와 같은 약물로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전에 우선 질문자님의 수면 패턴과 수면 위생, 생활습관을 교정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수면위생을 위해서는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원칙들이 있습니다.

◇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정확히 정하고 수면시간과 관계없이 그 기준을 지킨다.

◇ 잠자리에 들기 6시간 전에는 커피, 흡연, 음주, 과식을 피한다.

◇ 잠자리에 들 때는 과도하게 허기지거나 과도하게 피로한 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한다

◇ 잠잘 때 이외에는 가급적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일어나서 책을 읽는 등의 자극적이지 않은 일을 하다가 잠이 올 때에 다시 잠자리에 든다.

질문자님의 현재 생활 여건 상 지키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지켜봤자 효과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쉽게 드실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지켜나가면 분명히 큰 효과를 볼 수 있음이 충분히 검증된 방법들입니다.

그리고 설령 정말 기면증으로 진단을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시도하는 것이 이러한 수면 습관의 교정이므로 가장 먼저 시도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수면 습관의 교정에 관해서는 아래와 같은 기사들을 한번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7884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3

 

기면증은 보통 10대에서 20대에 발병하는 질환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의 유병률은 0.05%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그러나 흔치 않지만 30대 중반 이후에 기면증이 발병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고, 탈력발작, 수면마비 등의 증상들이 없는 기면증도 존재해서, 증상에 대한 기술만으로는 기면증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탈력발작이 없는 기면증 같은 경우에는 탈력발작을 동반한 기면증보다는 비교적 좋은 예후를 보여서 1/3 정도는 호전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은 수면 습관 교정을 시도해보신 뒤에도 지속적으로 심각한 주간 졸음과 발작적인 졸음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신다면,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방문하여 뇌척수액 검사를 해보실 필요도 있고 병원에서 하룻밤 잠을 자면서 검사를 하는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실 필요도 있습니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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