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동생이 조현병을 앓고 있습니다. 약도 잘 먹지 않으려고 해서 지금까지 재발만 몇 번을 했습니다. 지금 현재도 병원에 입원 중에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자식처럼 키운 동생입니다. 동생이 이렇게 아프게 된 게 가정환경 때문인지, 제가 동생을 다른 어머니들처럼 보살피지 못해서인지 죄책감이 듭니다. 동생이 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동생이 회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A) 동생 분이 조현병을 앓고 계시는군요. 동생 분의 질환 때문에 질문자님도 심적으로 많이 힘드신 거 같습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그 아픔의 정도를 안다고 하는 것은 실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병원에 있다 보면, 간접적으로나마 보호자가 힘들어하시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환자보다 보호자가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질문자 분도 상당히 많이 힘드셔서 이렇게 글을 남겨주신 거라 생각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죄책감은 가지지 않으셔도 되고, 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현병은 양육방식이나 가족관계에 의해 발병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조현병은 뇌 구조의 변화에 기인한 뇌질환의 관점에서 접근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동생 분의 발병 혹은 질환 악화는 질문자 분에 의한 것이 아니니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죄책감을 가지는 것이 동생 분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동생 분을 위해서라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 분뿐만 아니라, 많은 보호자 분들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임상적으로 경험해보았을 때, 과도한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보호자 분들이 환자의 치료에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질문자 분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동생 분에게도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니까요.

 

질문을 보았을 때 동생 분이 약물 순응도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현병의 경우 병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것이 약물 순응도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과는 달리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경우, 한 번 주사를 맞게 되면, 수주 정도 약물 효과가 지속되어 매일 같이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약물이 장기 지속형 주사제의 형태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 지속형 주사제 형태로 나오는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경우에만 쓸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치료방법의 결정에 있어서 동생 분을 오래 진료해온 주치의 선생님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래 진료해 온 주치의 선생님은 약물에 따른 환자의 증상 변화 정도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치의 선생님과 잘 상의를 해 보신다면 동생 분의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동생 분이 최대한 빨리 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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