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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풀어요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05.08 02:19

[정신의학신문 : 정신과의사협동조합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저는 3년 차 직장인 A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만났던 남자 친구와 결혼해서 지금은 맞벌이를 하고 있어요. 문제는 제가 직장에서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풀어버린다는 거예요.

지난 주 별 것 아닌 일로 상사가 저를 심하게 질책했어요. 너무 화가 나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하필 그날 퇴근 후에 남편과 함께 장을 보기로 했었어요. 남편이 제 직장까지 데리러 왔는데, 괜히 남편 행동 하나 하나가 짜증나더군요. 결국 장을 보러 가는 길에 남편과 심하게 싸웠고, 저는 혼자 집으로 들어왔어요.

늦게 남편이 들어와서 말하더군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왜 자신에게 푸는지 모르겠다고요.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풀까봐 걱정이라고도 하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저도 너무 걱정이 되는 거에요. 일을 그만둘 상황은 또 아니고... 어쩌면 좋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A) ‘엉뚱한 사람에게 스트레스 풀기’는 우리가 살면서 하는 가장 비논리적인 일 중에 하나죠.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하는 가장 흔한 비논리적인 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종종 이런 말을 외치는 분들도 있어요.

“가족이니까 이런 스트레스 정도는 받아줘야 하는 거 아냐?”

아니죠. 전혀 아닙니다. 가족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 수는 있지만,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아주는 샌드백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A씨가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남편 분과 이런 문제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시잖아요. 문제라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선한 사람이라는 뜻이죠.

 

엄마와 같이 걷던 어린아이가 길에서 넘어지는 걸 보신 적 있으세요? 어린아이는 넘어지자마자 울지 않아요. 넘어지고, 엄마를 봅니다. 그리고 엄마가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울기 시작하죠. 엄마는 ‘괜찮아’라고 하면서 아이를 달래고, 아이는 안심하게 되죠.

사람은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알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주변 사람, 특히 가족들을 통해서 어떤 상황을 스트레스로 인식하게 되는 거죠. 아이는 길에서 넘어진 상황을 처음에는 무엇인지 모르다가, 엄마가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 상황이 안 좋은 상황이구나’하고 인식하는 거에요. 즉, 자신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가족같이 중요한 사람에게 스트레스 상황을 알리는 것이 우리는 익숙해요.

그런데 성장을 하면서, 특히 사춘기를 거치면서 스트레스 상황을 알리는 방식이 변해요. 가족이 자신이 겪는 스트레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죠. 사춘기 특유의 가족에 대한 분노가 맞물리기도 해요.

이런 시기를 거치며, 더 이상 가족에게 스트레스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요.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스트레스 상황을 알려주는 대신,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만을 가족에게 알려주게 돼요.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가족은 이런 분노에 상처받게 되죠. 이렇게 상처받을수록 관계는 멀어지게 되고요.

 

사진_픽사베이

 

일단은 남편 분에게 스트레스받는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좀 더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설명의 목적은 해결책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감을 위한 거예요.

이 말도 남편 분에게 같이 해주신다면 도움이 될 거에요. 가족들은 A씨를 위해서 뭔가 해결책을 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A씨 얘기를 듣는다면, 가족들은 무기력해지고 종종 화가 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A씨의 상황을 A씨보다 더 잘 알 수는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해결책도 A씨보다 더 잘 알 수 없지요. 따라서 A씨 가족, 남편 분은 A씨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줄 수 없어요.

이런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남편은 무기력해지고, 화가 나게 되죠. 이런 이유로 남편분이 A씨의 하소연을 피하게 되면, A씨는 남편에게 화가 나게 되죠. 이렇게 직장 스트레스가 가족 간의 스트레스로 바뀌고, 악순환이 시작돼요.

만약, 남편 분이 공감을 잘 못하신다면 역할극을 한 번 해보세요. 스트레스 상황을 남편분이 말하고, A씨가 받고 싶은 공감을 남편 분에게 직접 보여주세요. 몇 번 가볍게 역할극을 하다 보면, 남편 분도 공감에 대해 감을 잡으실 거예요. 그리고 A씨도 남편 분의 상황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엄마는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쉽게 달래줄 수 있어요. 어린아이와 엄마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하나의 정신적 공동체죠. 그래서 아이 우는 소리만으로 배가 고픈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지 엄마는 쉽게 알아요.

하지만 부부 관계는 이런 관계가 아니에요. 각자 독립적인 성인이고 서로의 정신적 경계가 뚜렷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는 소리만으로 의사소통이 될 수 없어요. 더 적극적으로 대화해야만 해요. 두 분은 이미 대화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여요. 이제 실행만 하시면 돼요. 힘내세요.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pd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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