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심평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에 5만 명 정도이던 불면증 환자가 2000년대 중반 이후 10만 명을 넘더니, 2010년 이후 불면증 환자가 3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경기 침체의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장 많다. 물론 정신과 방문 문턱이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본다.

환자가 증가한 만큼 불면증으로 진료실에 방문하는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 수면과 관련된 글을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고 관련 교육도 빈번히 행해지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수면의 중요성이 널리 전파되고 있다. 또한 수면제에 대한 일반인의 부정적인 시선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환자가 정신과 외래나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의사가 아무 약도 처방해 주지 않으면 ‘수면제라도 처방해 달라’고 할 정도이다.

자기 위해 양을 세어 본 적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할 것이다. ‘손가락을 바늘로 따면 소화가 잘 된다’는 말처럼 ‘양을 세면 잠이 잘 온다’는 말 역시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의심 없이 믿고 있다. 하지만 양을 세는 행동 혹은 의식이 오히려 잠이 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잠을 잘 자려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잠을 더 못 자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불면증이 있는 환자 중 많은 수가 잠자리에 누우면 걱정거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자기 전에 떠오르는 걱정이나 고민은 대개 쓸모없는 것인 경우가 많다. 이런 걱정 또는 고민은 뇌를 각성하게 해 더욱 잠을 못 자게 만든다.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감도 같은 이유로 잠을 방해한다. ‘다음 날 일을 잘 하기 위해서 혹은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오늘 꼭 이 시간에 잠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결국 밤을 새게 하고 다음 날 일이나 공부를 망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지금, 화장실에 가서 대변이나 소변을 볼 수 있을까? 원하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볼 수 있는가. 모두가 이 질문에는 아무 의심 없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잠은 원하는 시간에 잘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가. ‘조절할 수 있다’ 혹은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이 올바른 수면 습관을 방해한다.

잠은 기다리면 오게 되어 있다. 화장실 변기에 이유가 있을 때만 앉는 것처럼, 침실도 잘 때만 사용해야 한다. 물 많이 마시고 기다리면 소변을 보는 것처럼, 하루를 열심히 보내면 저녁에 잠은 오게 되어 있다. 쾌변을 보기 위해 장 음료를 마시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처럼, 숙면을 취하기 위해 과식을 피하거나 이완요법을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잘못된 수면 습관을 들이며 헛된 노력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민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저서 <나를 지키는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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