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박 증상은 흔히 놀림거리가 되곤 합니다. 무언가를 과도하게 반복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디테일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이 우스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코미디 영화에서 웃음 포인트가 되는 흔한 모습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강박장애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습니다. 강박장애 환자들의 절반 이상은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강박장애를 앓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자살 사고를 경험했던 적 있고, 또 그중 절반은 실제로 자살 시도를 했다는 것으로 나타난 조사가 있었던 바도 있습니다. 

강박사고나 강박행동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거나, 실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적 관계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 반드시 치료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DSM-V에서는 강박 증상 때문에 하루에 한 시간 이상 몰두되어 있다면 진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주관적 불편감이 상당하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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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박장애는 대부분 30대 이전, 특히 20대 초반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대부분 그 전에 특별한 강박 증상 없이 지내오다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갑자기 강박이 생기곤 합니다.

강박사고의 내용 중 가장 흔한 것은 '오염'에 대한 생각입니다. 뭔가 더럽다고 생각하거나, 오염되었다고 생각하는 강박이 가장 흔합니다. 손에 무언가가 묻었거나 끈끈하다고 생각해서 손등의 피부가 다 벗겨질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아주 조금만 접촉해도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옮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예 집 밖을 나가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강박행동 중 가장 흔한 것은 반복적인 '확인'입니다. 확인은 대부분 무언가 해야 하는 것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규칙을 위반한 것은 아닐까, 또는 안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현관문을 잠그지 않은 것 같거나, 가스불을 끄지 않은 것 같아 수도 없이 집으로 되돌아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쓰레기를 버리거나, 담배꽁초를 버린 다음에 제대로 버렸는지, 담뱃불을 제대로 끈것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없이 되돌아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메일이나 sns 메신저를 놓친 것 같은 걱정에 수백 번씩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강박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강박장애 역시 다른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약물치료와 면담치료를 함께 받을 때 가장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강박장애에 가장 효과가 좋은 약물은 항우울제(SSRI)입니다. 항우울제는 불안감을 낮춰서 강박행동을 스스로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강박 증상으로 만들어 내는 회로에 작용하기도 합니다. 항우울제가 우울감과 불안감의 감소 이외에 자체적인 항강박 효과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강박장애를 위해 항우울제를 쓸 때는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용랑에 비해 더 고용량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많은 경우 약물을 중단하면 다시 강박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박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면담치료를 함께 받아야 합니다.

 강박장애 치료를 위한 면담치료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강박장애를 해결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강박장애는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강박사고'와 '강박행동', 다시 말해 '반복적인 생각'과 '반복적인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강박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역시 이 반복적인 생각과 행동에 맞서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먼저, 강박사고가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손이 찝찝해.', '손에 뭔가 묻은 것 같아.', '손에 세균이 묻어 있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까 문을 잠근 게 맞나?', '문을 안 잠근 것 같은데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아무리 떨쳐 내려고 해도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을 좀 안 할 수 있을까요?

 많은 환자분들께서 이런 강박사고가 제발 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을 하십니다. 환자분들 스스로도 이런 생각이 비합리적이고 과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 너무나 괴롭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분들은 '이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요청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떤 생각이 머릿 속에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우리의 주의와 의식이 특정한 생각과 행동의 고리에 빠져서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강박장애의 신경 루프(loop)를 해소시켜 주는 것은 약물이 어느 정도 도와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고 말고의 문제는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물론 우리는 의식적으로 어떤 생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잘 떠오르지 않는 생각도 끙끙대며 집중해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생각들, 뇌의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그냥 막 떠오르는 생각들. 이런 생각들의 움직임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생각들은 원해서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떠오릅니다. 따라서 '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생각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목표일 수 있습니다. 이런 목표는 마치 '소변이 마렵지 않았으면 좋겠다.' '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와 같은 목표처럼 애초에 잘못된 설정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바라며 힘들어하는 것처럼 절망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강박장애 환자분들이 우울감으로 힘들어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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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까요? 핵심은 강박사고를 '떠올리지 않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강박사고에 '빠져들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단계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는 스스로 강박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자꾸만 떠오르는 강박사고는 습관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매일 하는 강박사고에 골몰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박사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그 '생각'과 '나' 사이에 거리를 벌리는 작업입니다. '나'를 잃어버리고 그 생각에 빠져들어 가기에 앞서 '아, 내가 또 강박사고를 하고 있구나!'라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깨닫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알아차림의 과정이 있어야 강박사고에 맞설 주의력과 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강박사고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른 곳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할 수록 더 그 생각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한 생각을 몰아내는 방법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호흡에 집중해 보는 것입니다.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자동적으로 하고 있던 호흡의 감각-숨이 코를 스치는 감각과 가슴이 부풀어오르고 다시 내려가는 그 감각을 느껴보며 집중해 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심호흡을 통해 강박사고 때문에 생긴 불안감을 가라앉혀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우리의 집중력과 주의력을 강박사고로부터 분산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치 않았지만 제멋대로 찾아온 이 생각이 다시 제멋대로 자취를 감출 때까지 그것에 주의와 집중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인 셈입니다.

 

 물론 강박사고에 빠져드는 것에서 나오기 위한 이런 노력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강박사고가 집중력과 주의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외면하고 호흡과 같은 다른 주제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매우 어려운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강박사고와 함께 불안감을 일시에 사라지게 해 줄 수 있는 훨씬 쉬운 옵션이 언제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옵션은 바로 강박행동입니다. 강박행동으로 이어지기만 하면 원치 않았던 생각과 불안감은 순식간에 아주 쉽게 해소될 수 있습니다. 손을 씻기만 하면 손이 찝찝하다는 생각과 불쾌감은 해결됩니다. 현관에 가서 문을 확인하기만 하면 문을 잠궜나? 하는 생각과 불안감은 바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찰나의 안도감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박장애 극복을 위한 훈련에는 또다른 목표, 즉 '강박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강박행동의 유혹을 이겨내고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최종적으로 강박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훈련이라고 표현했다시피 오랜 반복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미 습관으로 몸에 배어 버린 행동을 조절한다는 것은 어느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박행동 조절을 위한 훈련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노출 훈련'입니다. 노출 훈련은 불안장애를 치료할 때도 많이 사용되는 방법으로, 불안한 상황에 오히려 스스로를 노출시킨 뒤 불안감이 가라앉도록 충분한 시간 동안 기다리는 훈련입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그 상황이 실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학습시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강박장애에서도 노출 훈련은 같은 원리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강박행동의 충동을 느낄 만한 상황을 만들어 두고, 그 행동을 일부러 하지 않고 참는 연습을 해 보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손 씻는 강박이 있다고 한다면 손에 더러운 것을 묻힌 뒤 손을 씻지 않고 충분한 시간 동안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불안감과 불쾌감을 억지로 꾹꾹 참으며 정해진 시간을 어떻게든 '버틴다' 라는 생각으로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훈련에서 이야기하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은 손에 더러운 것이 묻었음에도 손을 씻고 싶은 충동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를 이야기합니다.

  만약 손에 더러운 이물질이나 끈적한 음식물 등을 묻힌다면 바로 손을 씻고 싶은 충동이 불같이 올라올 것입니다. 하지만 손을 씻지 않고 기다리면서 그 충동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분명 그 충동의 강도는 마치 파도처럼 출렁일 것입니다. 충동의 강도가 가장 강한 것이 10, 전혀 충동이 없는 것이 0 이라면, 손에 이물질이 묻어 있는 동안 충동은 결코 10의 강도로 쭉 이어지지 않습니다. 비록 0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10에서 9, 그리고 다시 10. 그리고 9, 8, 다시 10. 이런 식으로 강도는 변화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이런 충동을 가만히 관찰하며 지켜보고 있으면 결국 그 변화의 폭이 점점 잦아들면서 견딜 수 있을 만한 수준으로 내려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반복하여 훈련하면서 강박사고가 바로 강박행동으로 이어지는 습관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게 됩니다.

 말처럼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그리고 어떤 수준의 자극을 어떻게 노출할 것인지를 면밀하게 계획하고 스케줄을 짜 나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은 전문의와 함께 서로 상의해 나가며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지금까지 강박장애란 무엇인지, 어떤 증상을 보일 수 있고 강박증상은 왜 생기는 것인지, 그리고 강박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간략하게 말씀 드렸습니다.

 프로이트는 약간의 히스테리와 약간의 편집증, 그리고 약간의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만큼 강박 증상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고 또 매우 흔한 증상입니다. 강박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여러분께 말씀 드렸듯, 강박장애는 그 정도가 심해질 경우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파괴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따라서 결코 가벼이 보거나, '이러다 말겠지.'라며 방치할 수 있는 질환 또한 아닙니다.

 강박적인 생각과 조절하기 힘든 강박행동 때문에 괴로움을 겪고 계시다면 주저 없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총기 원장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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