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오정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불면증은 정신과를 찾게 되는 무척 흔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잠을 잘 못 자요" 혹은 “불면증이 있어요”라고 하며 정신과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잠을 잘 못 잔다'는 표현은 서로 다른 다양한 증상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치 '배가 아프다'의 표현이 다양한 것처럼, 잠에 대한 불편함의 증상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1. 잠들기가 어렵다.

2. 잠은 드는데 자꾸 깬다.

3. 잠도 들고 자꾸 깨지는 않는데 일찍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한다.

4. 이전과 달리 너무 꿈을 많이 꿔서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 않고 피곤하다.

5. 잠들기도 어렵고 잠들어도 자꾸 깨고, 꿈도 많이 꾼다.

6. 설명하기 어려운데 다음날 개운치가 않고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이 외에도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시며 ‘아무튼 불면증이 있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으십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렇게 불면증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는 수면 시간을 기준으로 불면증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일반적인 성인의 수면 시간은 몇 시간이 되어야 적정할까요? 정신과적으로는 보통 하루 6-8시간 정도를 적정한 수면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노인이 되면 이보다 다소 줄어들어도 정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명인들 중 몇몇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적은 양의 수면을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보다 많이 수면을 취하는 것을 마치 게으른 것으로 취급하며, 극복해야 할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수면과 연관된 위인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무래도 나폴레옹이 아닐까 합니다. 나폴레옹은 하루 네 시간만 자고도 충분했다는 전설 겉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가능성은 많이 떨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다 하더라도 덩달아 옆의 수행원들은 무슨 고생이었을까요? 나폴레옹 말고도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수면시간보다 훨씬 적은 수면을 했다고 알려진 유명인은 의외로 적지 않습니다.

 

하루에 4시간 수면으로 충분하다고 한 유명인 중에는 에디슨도 있습니다. 에디슨은 수면과 관련해서 몇 년 전 광고에도 등장했었는데요, 당시 광고 카피는 ‘잠은 인생의 사치입니다. 저는 하루 4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였습니다. 심지어 '잠은 시간을 잡아먹는 벌레'라고 했다고도 하며, 수면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볼테르, 마거릿 대처, 그리고 최근 아주 뜨거운 도널드 트럼프까지 수면을 매우 적은 시간만 취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몇 시간을 자든 안 잘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자야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좋은 침대가 좋은 수면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좋은 수면을 위한 습관. 정신과에서는 그것을 수면 위생이라고 부릅니다.

 

수면 위생에서 이야기하는 습관들은 상식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사실 불면증을 호소하시며 찾아오신 분들은 수면 위생에 문제가 하나도 없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여태까지 그런 거 다 안 지키고 그냥 살았어도 잘 지내왔다'라고도 하십니다만, 그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 불면증이라는 문제가 생겼으니 일단 수정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 모두가 다 아는 당연한 이야기인 수면 위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1.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라

전날 잠이 충분치 않았거나 늦게 잠들었다고 더 오래 누워계시지 말라는 말입니다. 당장 오늘 하루의 수면은 조금 더 길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 밤 다시 잠들 때 어려움이 반복될 것입니다.

 

2.  수면장애가 없었던 평상시의 시간으로 잠자리에 있는 시간을 제한한다

잠을 잤든 못 잤든 잠자리에 머무는 시간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3.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라

규칙적인 운동이 도움이 됩니다만, 저녁시간이 아니라 하루의 이른 시간에 하시는 것을 권유합니다.

 

4. 규칙적인 식사를 할 것과 허기진 채로 잠자리에 들지 마라

허기지지 않는 것이 배부름을 뜻하지 않습니다. 잠을 자기 위해 일부러 더 많이 드셨다는 분들도 간혹 보게 됩니다. 하지만 지나친 포만감은 수면에 방해가 되기도 하거니와 비만도 유발합니다. 너무 허기진 경우 우유 한 잔이나 가벼운 비스킷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밤에 과도한 수분 섭취는 금물

그렇지 않아도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데 중간에 소변을 보기 위해 깨어나야 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6. 담배, 커피를 피할 것

담배나 커피는 중추신경계를 활성화합니다. 예전에 커피를 드시고 수면에 문제가 없으셨던 분일지라도 수면에 문제가 생긴 뒤라면 되도록 수면 시간 가까이에는 카페인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7. 술은 특히 저녁에 피할 것

병원에 오시기 전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술을 먼저 이용하십니다. 물론 술로 인해 잠이 들 수 있을지 모릅니다만, 술은 근본적인 치료 수단이 아니기에, 결국 술이 없으면 잠을 못 자거나, 잠이 들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술이 필요해진다는 것을 깨닫고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술에 의존해서 수면을 취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불면증과 알코올 의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되기도 합니다.

소량의 술은 수면의 유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아주 소량일 때의 이야기이고 대부분의 경우 수면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8. 고민을 잠자리까지 가지고 가지 마라

사실 고민이 많다 보니 혹은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불면증이 생긴 경우도 많습니다. 인과관계의 문제를 뒤집어서 다짜고짜 고민하지 말라고 한다고 고민이 안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9. 잠을 자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마라

역시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잠을 못 자는 스트레스는 사실 작은 부분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잠은 자려고 노력할수록 잘 수 없게 마련입니다. 잠이 안 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시고 잠이 올 때까지 잠자리에 들지 마세요.

 

10. 자다가 시계를 보지 마라

9번 항목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내가 언제 잠든 거지? 몇 시간이나 잔 거지?' 결국 수면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 수면을 방해하게 됩니다.

 

11.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멀리한다

사실 이 11번 항목은 교과서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스마트폰뿐이 아니라 TV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들 특히나 자녀와 같이 생활하시는 노인분들 같은 경우에 방에 TV를 따로 두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무시기 직전까지 TV를 보다가 주무시지요. 잠자리와 TV를 시청하는 공간이 분리가 안 되는 것입니다. 불면증이 생겼을 때, 이 경우도 수면에 방해가 됩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고요. 스마트폰은 앉아서 잠자리 밖에서만 보시고 누울 때는 멀리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수면 위생을 교정해도 수면이 좀처럼 정상화되지 않는 경우, 결국 약물치료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수면제는 마취제가 아닙니다. 원하는 시각에 원하는 시간만큼만 수면을 취하게 하는 약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불면증은 시차 적응이나 교대 근무처럼 단순 불면이나 혹은 기질적 원인 그러니까 다른 신체 질환에 의해 야기된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등 심인적 요인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 시간에만 집착하게 된다면, 결국 수면제의 양은 늘어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면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불면증을 경험하고 계신다면, 위의 수면 위생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보시고, 그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면제만 찾으시기보단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내 마음속의 무엇이 불면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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