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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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타인에 대한 태도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누군가의 무리한 요구는 ‘갑질’로 묘사되곤 합니다. 사회적으로 빈번해진 이 같은 행태가 한국 특유의 교육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개인의 스트레스가 부적절하게 해소되는 과정에서 온 변화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가 자신과 타인의 심리적 안녕감을 지키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보도록 합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최근 6년간 100명에 이릅니다. 자살자가 많은 한국사회 전체의 특성에 비춰보면 매우 두드러진 숫자의 직종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이들임을 감안할 때에는 ‘6년간 100명’이 결코 적지는 않은 숫자입니다. 초등학교 교사 사건 직후 “교사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겠지요.

교사들의 업무 가운데 사실상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감정노동적 성격에 대해 사회적으로 진지한 안전망을 설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담겨 있습니다. 교사의 감정노동적 성격이 분명히 있는데, 또한 특수한 형태로 실재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교실의 학생은 분명 스트레스를 주는 상대방이지만 한편으로는 잘 길러내야 하는 교육의 대상입니다. 다른 서비스 직종과는 차별되는 복잡한 형태의 상호작용이 이뤄진 결과 교사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더욱 크게 저하된다는 것이지요. 

그간 교사의 정신건강 저하 호소를 엄격하게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잦아지면서, 학생의 폭력적 행위와 학부모의 항의 행위로 심각한 정신건강 피해를 입은 교사에게는 법적 판단으로서 공무상재해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교육자’라 부르면서도 내심 ‘일타강사’보다 하대받기도 하는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교단에 선 이들의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다수의 학습권 침해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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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포함한 다양한 직군에서 심리적 안녕감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심리적 안녕감(psychological well-being)은 심리학자 캐롤 리프가 여러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통합하여 제시한 개념인데요,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행동과 동반되는 감정으로 건강한 정신이 보여주는 뚜렷한 징후로 묘사됩니다. 주관적인 삶의 질, 개인의 인생 목적과 방향, 대인관계 만족, 자아실현 정도 등 우리가 얼마나 잘 기능하고 있는지가 행복한 삶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심리적 안녕감의 개념은 매슬로우의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 로저스의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fully functioning person), 융의 개성화(individuation), 올포트의 의 성숙(maturity), 애릭슨의 기본적 삶의 경향 (basic life tendencies), 그리고 뉴거튼의 성격 변화(personality changes) 등 심리학적 이론들을 기초로 하는데, 그 주요한 특징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자아수용성 : 자신의 다양한 특성들을 수용하고 인정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아 수용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잘 알고, 해야 할 일에 대해 명료하게 판단하고 인식합니다. 

둘째, 긍정적 대인관계 : 대인관계에서의 따뜻함과 신뢰성이 중요요한 역할을 하며, 우정과 사랑에 대한 능력은 정신건강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됩니다. 타인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관계 맺기의 중요성은 다양한 이론에서도 강조되고 있지요. 

셋째, 자율성 : 자발적이고 독립적이며 행동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사회적으로 받는 압력에 저항할 수 있으며,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고 타인의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압박이나 관습과 습관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넷째, 환경에 대한 통제력 : 스스로의 심리상태에 적합한 환경을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있으며 복잡한 환경들을 통제하고 다루는 능력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거나 좋지 않은 환경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하는 정도 입니다.

다섯째, 삶의 목적 : 삶에 대한 가치, 의미, 목적 등을 가지고 행동하며 삶의 목적에 맞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를 잘 인지합니다. 

여섯째, 개인적 성장 :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개인의 삶의 과정에서 중요합니다. 이와 같이 새로운 삶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얻는 성취감과 삶의 변화가 개인을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비극적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예방이 중요할 것입니다.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정신건강증진 정책은 계속 촘촘히 설계되어 왔습니다. 누군가의 감정을 그대로 뒤집어써야 하는 데서 오는 정신건강 저하 문제에 대해서도 안전망이 구축되어 왔습니다. 콜센터 노동자에게 함부로 폭언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이 만들어지거나, 일터에서 상사의 ‘갑질’을 막는 ‘직장내 괴롭힘’의 근로기준법 명문화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교사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 노동자들을 보호의 예외로 두는 것은 모순적이겠지요. 정신건강을 위한 안전망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직업인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많은 직업인들이 자기 자신과 주위의 심리적 안녕감을 함께 지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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