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른 직장 동료보다 더 일을 열심히 하고, 좋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보상을 받지 못해 실망하여 다음부터는 최선을 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으신가요? 

내가 처한 상황이 다소 불합리하고 억울했을 수 있음에도 왜 직장 상사에게 그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았을까요? 이는 리더 및 조직에 대해 분노와 적개심을 느끼는 한편, 직장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발생하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감정들로 인해 수동적으로 공격적 감정을 표현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수동공격성(passive-aggressive)을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구성원 또는 조직에 해를 끼칠 의도를 가지고 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거나 보류함으로써 적대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을 향상하거나 유지하라는 등의 요구에 적대감과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러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대신 업무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빈둥거리고, 고집을 부리며, 비효율적으로 되거나, 잊어버리는 등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방법으로 공격성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보통 다음의 9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 충족하는 경우 수동적 공격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자주 해야 할 일을 미루어 마감일을 맞추지 못한다.

2. 원하지 않는 것을 하라고 요구받을 때, 화를 내고 논쟁적으로 변하게 된다.

3. 정말 원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엉망으로 하거나 일부러 천천히 한다.

4.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이 부당하게 자신에게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5.‘잊어버렸다’고 말하며 의무를 회피하기도 한다.

6.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일하고, 생각한다고 믿는다.

7. 더 생산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하는 다른 사람의 유용한 제안을 불쾌하게 여긴다.

8. 분담된 일에 실패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노력을 방해한다.

9.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부당하게 비판하거나 모욕한다.

수동공격성과 관련된 다양한 선행 연구들에서 그들은 항상 피해자로서의 인식을 하고 있으며, 업무 성과가 형편없지만 도움 받기를 거절하는 특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불만족스러운 본인의 성과에 대해 거짓말을 하기도 하며, 항상 중요한 정보를 보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장 내에서 이러한 수동공격성을 보이는 사람은 능동공격성에 비해 만연하게 존재할 수 있는데, 쉽게 관찰하거나 탐지할 수 없고 은밀한 특성으로 인해 일탈행동으로 보이지 않아 궁극적으로 조직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 및 리더가 이러한 수동공격성을 확인하고 예방하기 위한 개입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해 근무시간이 단축되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시행된 재택근무가 유지되는 곳이 많으면서 직접적 의사소통이 줄어들었기에 수동공격성으로 인한 문제는 더 만연할 수 있습니다. 그에 더불어 구성원들이 협업보다는 자신의 업무만 수행하고자 하는 것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높아져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업무적인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상사와의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본인이 억울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주변 동료 및 상사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고, 소통 부재로 인한 착각에서 오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수동공격성은 높아진 스트레스 수준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므로 스트레스 해소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챙김 등을 활용해 보셔도 좋겠고, 회사를 제외한 다양한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즐기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등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참고문헌] 구자규, & 신제구. (2021). 수동공격성의 선행요인과 결과요인에 관한 연구: 매개효과의 검증을 중심으로. 대한경영학회지, 34(3), 415-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