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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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일은 언제나 고단합니다. 그러데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 받는 상처나 마음을 다치는 일이 반복될 때, 직장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전쟁터가 되고 맙니다. 직장인 분들 중에는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랄 만큼 대인적 갈등 및 괴롭힘으로 인해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직장은 우리에게 필요한 경제적인 소득의 원천으로,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딸린 식구가 있는 가장이라면 퇴사를 결심하기란 더더욱 어려울 테고요. 

물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일적으로 그리고 관계적으로 갈등이 없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이 일시적이거나 다양한 소통 경로로 해결의 실마리가 열려 있는 것이 아닌,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괴롭힘의 대상이 될 때 일터는 마치 탈출구가 없는 지옥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다만, 직장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양상이나 상황은 무척이나 다양하기 때문에, 직장 내에서 충분히 발생 가능한 갈등 상황이나 단순히 상대로 인해 내가 마음이 상했다는 이유로, 상대를 가해자 취급을 해서는 안 됩니다. 즉, 당사자가 겪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이 쌍방향의 소통 불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일방적 괴롭힘이나 고의적인 따돌림인지 객관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한 것이죠. 

이러한 전후 상황 파악과 세부적인 면면을 따져 봤을 때 만약, 자신이 조직이나 팀 내에서 부당한 괴롭힘의 대상이 되었다고 판단된다면, 적절한 대응을 통해 희생자의 위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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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직장 내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탈출구가 있기는 한 걸까요? 우선, 스스로에게 ‘더 이상 괴롭힘의 희생자로 살지 않을 것’을 선언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탈출구는 반드시 있으며,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그 탈출구를 찾아 나서기로 단단하게 마음도 먹어야겠죠. 그리고 지금 직장에서 괴롭힘당하는 상황이나 환경, 관련된 인물 및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는 것이죠.

- 언제부터 이 괴롭힘이 시작되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누구 때문에 그리고 상대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가장 힘든가?

- 괴롭힘이나 따돌림이 발생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가?

- 괴롭히는 상황은 어떤 방식으로 종결되는가?

- 조직 내에 믿을 만하고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동료나 상사가 있는가?

- 회사나 팀, 여타 다른 조직 시스템은 이러한 갈등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혹은 예상 반응 생각해 보기

- 조직 외적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기관 및 지지 자원은 무엇인가?

- 현재의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하고 싶고, 어떻게 해결되기를 원하는가? 그 해결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참고: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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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면, 그다음 단계로 자신을 괴롭혀 온 상대에게 직접적인 대화를 청해 괴롭힘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한 번은 직면해야 할 과정입니다. 

괴롭힘의 가해자와의 대화에서는 이토록 자신을 괴롭히는 솔직한 이유가 무엇인지, 괴롭힘을 중단할 의사는 없는지, 상대로 인해 지금 힘든 점이 무엇인지 등등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되, 서로 민감하고 감정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비난 혹은 폄하하지 않는다.

-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거나 성급하게 해명하지 않는다.

- 상대방이 하는 말을 진지하게 경청한다.

-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 자신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지 혹은 참기 힘든지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 대화하는 순간만큼은 상대에게 자신이 가해자, 나는 피해자라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말투나 비언어적 태도에 신경 쓴다.

- 내가 원하는 것과 상대가 중단해 주었으면 하는 행위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한다.

- 상대가 괴롭힘 행위를 중단할 것이라 말하거나 사과할 경우, 용서할 의사는 있지만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언질을 준다.

(참고: 무시, 험담, 따돌림에 맞서는 마음의 전략, 북폴리오)

 

그러나 상대가 대화할 마음이 없거나 대화를 통해 괴롭힘을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경우, 다른 해결책을 시도해 봐야 합니다. 일단 사내·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나 부서, 사람들을 찾아보세요. 도움을 받거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조직 내부 부서나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기를 권합니다.

이때 필요하다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그간 괴롭힘을 당해 온 증거나 정황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확보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조롱이나 인격 모독 등의 폭언 및 폭행 등의 증거로 녹취나 사진, 진단서나 병원 기록 등을 수집하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괴롭힘을 당해 왔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상세하게 기록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따돌림은 먼 나라,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는 물론 우리 모두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 차원의 문제나 책임으로 몰아서는 안 됩니다. 보호받고, 예방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거나 자존감에 깊은 손상을 입었다면, 폐허가 된 마음의 집을 다시 재건하는 치유의 여정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의 위로와 지지는 큰 힘이 됩니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내적인 힘과 자원을 되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존엄성을 침범하지 않고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상호 존중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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