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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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안 하면 안 될까? 나는 복잡한 일이 딱 질색이라서. 괜히 시도했다가 거기서 안 한다고 거절하면 어떡해… 그럼 나만 또 상처받는 거잖아. 그냥 애초에 처음부터 아쉬운 소리 안 하면 괜찮은 일인데 말이야.’ 

A씨는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라는 팀장의 말에 이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주말에 같이 타 부서 사람들이랑 술이나 마시자는 제안도 받았는데, 거기서 인정은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사람들이 날 좋아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약속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A씨는 회피성 성격장애(Avoidant personality disorder) 진단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거절당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을 주된 특징으로 가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대인관계를 회피하게 되고, 친한 사람들과만 지내려고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발표나 중요한 미팅과 같은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불안의 정도가 너무 심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되는 경우에만 회피성 성격장애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증상 중 네 가지 이상 해당하는 경우, 회피성 성격장애의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첫째, 비판 및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인관계 또는 사회생활을 회피함.

둘째,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 없이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함.

셋째, 수치스러움, 놀림받는 상황에 대해 극도의 두려움을 가짐.

넷째,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거절당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함.

다섯째, 부적절한 불편감으로 인해 새로운 대인관계 형성을 힘들어함.

여섯째, 자존감이 낮아 자신을 매력 없고 열등한 사람으로 간주함.

일곱째,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활동을 극도로 회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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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정상적인 수준의 수줍음과 구분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불안감을 어느 정도 경험하기는 하지만, 일부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고 대인관계 및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성격장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회피성 성격장애의 경우 이른 나이에 발병하여 만성적으로 되어 오랜 시간 동안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사회공포증(Social phobia)과 증상이 유사해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로 특정 상황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발표나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극심한 불안을 느낀다면 성격장애가 아닌 사회공포증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피성 성격장애는 많은 경우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항우울제 처방과 같은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단독으로 사용 시 그다지 치료 효과가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 방법으로는 점진적 노출치료(graded exposure),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 CBT), 사회적 기술훈련, 정신역동치료(psychodynamic psychotherapy), 스키마 치료(schema therapy), 지지-표현 심리치료(supportive-expressive psychotherapy) 등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치료자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사회적 상황 및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과 같은 부적응적 행동을 줄이는 것입니다.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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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Lampe, L., & Malhi, G. S. (2018). Avoidant personality disorder: current insights. Psychology research and behavior management, 55-66.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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