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스크 착용의 의무가 사라진 요즘, 마스크를 벗는 일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감정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달라 불안감을 느끼거나 마스크를 벗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착용해 온 마스크를 벗는 것에 대한 마음의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었는데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에서의 마스크 착용 규정이 자율화되면서, 많은 십 대들은 복잡한 감정을 호소하곤
사계절, 네 개의 계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나는 애써 외면해 왔다. 나는 어쩐지 네 개의 모든 계절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어난 이래 수족냉증이 나를 괴롭혔다. 손끝, 발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상황은 차차 익숙해져서 참을 만했다. 예외로 힘든 때는 사진을 찍을 때였다. 해가 부족한 겨울에 안 그래도 오래 셔터를 누르고 있어야만 했는데, 불안증이 더해지면서 찬 손이 떨리기까지 했다. 언젠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초겨울쯤 이었을까, 손이 세차게 떨려서 인물을 담을 수 없어서 당장에 나 스스로가 너무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학창 시절, 숙제도 하지 않고 무엇 하나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대책 없이 낙관적인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 “뭘 그렇게 걱정해? 너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너는 왜 그렇게 팍팍하게 구냐? 좋은 게 좋은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하는 친구들은 성격도 좋고,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는 도망치기 바쁜 경우도 많습니다.낙관주의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세상과 인생을 희망적으로 밝게 보는 생각이나 태도”로 정의됩니다.
내 마음에서만 유독 소화되지 않는 마음이 있다. 예를 들어, '효도' 라든가, '가족의 화목'이라든가 또는 '사랑받고 자란 아이' 등의 마음들은 내가 어떤 글을 쓰려면 깊은 한숨을 쉬고, 그 이전에 명상도 두어 번 하고,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한 후에야 시작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시작했지만, 실패했던 마음들이 있다. 내 마음 속에는 위와 같은 마음들을 소화해 보려던 시도의 실패가 잔뜩 나부라져 있다.'무조건의 사랑'이라는 말은 참 숭고한 가치가 새겨진 말이다. 내가 어떤 조건도 없이 누군가를 하나부터 열까지 무조건 사랑할 수 있
정신의학신문 |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두 살 어린 동생이 하나 있는 중학생입니다. 부모님이 맞벌이시기도 하고, 아버지는 새벽까지 일을 하다 들어오셔서 매번 피곤해하십니다. 저는 제가 여력이 되는 한 최대한 그분들을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늘 그렇듯 열 마디 좋은 말보다 욕언 하나가 그렇게 뇌리에서 잊히지 않죠. 그 역할을 하는 게 항상 동생인 것 같아 울화통이 터지는 일이 이젠 제 일상입니다. 내년에는 그 애도 중학교에 들어가니 아직 어려서 뭣도 모르고 행동한다 생각하기엔 그간 동생을 봐 온 저로서는 잘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드라마 의 주인공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입니다. 폭력을 견디지 못해 자퇴를 해야만 했던 고등학교 2학년 소녀는 서른여섯이 되어 십수 년 전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들 앞에 나타납니다. 그녀는 더 이상 연약한 소녀가 아닙니다. 치밀한 준비로 가해자들의 약점을 간파하고, 열심히 모은 돈과 안정적 직업을 무기로 천천히 복수를 진행합니다. 시청자들은 가해자들의 끔찍한 모습에 화와 혐오를 느끼다 그녀의 복수에 통쾌해집니다.학교는 아이들에게 세상과 마찬가지입니다. 거친 세상에 나가기 전에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음이 답답하거나 잠시 쉼이 필요할 때, 여러분은 어떤 곳을 찾으시나요? 각자의 선호나 취향에 따라 산이나 바다, 미술관, 노래방, 영화관 등 다양한 장소나 공간을 찾을 것입니다. 생각을 환기시켜 주고 마음을 안정되게 해주는 아지트 같은 곳 말입니다. 그중 쉽게 접근 및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원’과 ‘벤치’가 아닐까 합니다. 집 근처 공원이나 길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벤치에서 잠깐 쉬는 시간을 보내며, 우리는 생각을 정리하고 여유를 즐깁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당장 점심 메뉴부터 외출할 때 입고 나갈 옷은 무엇으로 할지, 이번 주말 스케줄은 어떻게 할지 등등. 인생은 언제나 우리에게 ‘당신의 선택은?’이라는 물음을 던져 옵니다. 그리고 일상의 수많은 사소한 선택 외에도 인생에는 결정적 시기에 중요한 결심을 요하는 선택지들이 언제나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죠. 어디로 이사할지, 어느 이성과 교제를 시작할지, 어느 대학의 어느 학과에 진학할지, 커리어는 어떤 경로로 쌓아 나갈지 수많은 갈래 앞에서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잼 시기’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요즘 SNS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으로, 무엇을 해도 재미나 만족이 없고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시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노잼 시기’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다양한 이유로 인생의 재미를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연, 그리고 이런 노잼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글들이 넘쳐납니다. 이렇게 ‘노잼 시기’라는 말이 생겨나고 유행처럼 쓰이는 이면에는 인생의 즐거움이나 목적,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기, 두 명의 여성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입니다. 유독 자기 주관이 뚜렷했던 A는 원하는 전공의 대학에 진학한 뒤 짧게나마 유학을 다녀왔고, 결국 꿈꿨던 분야에 취업해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오랜 연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반면, B는 그런 A를 늘 부러워했습니다. 부모님의 뜻대로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진학했던 B는 평범한 대학 시절을 보내고, 평탄하게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할 때쯤 당시 교제 중이던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새해를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보신각 타종행사에 참여하신 분도 있을 테고, 일출 명소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거나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과 함께 집이나 추억의 장소에서 새해를 맞으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새해가 되는 것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어제와 같은 하루, 연속적인 시간 속에 살아간다고 느끼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각자 새해를 맞는 법이나 마음가짐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 새해가 새로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복수’. 지금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평화주의자인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분도, 한때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던 테마였다고 회고하는 분도, 아직 현재 진행형으로 여전히 날카로운 복수의 칼날을 갈고 계신 분도 있으실 겁니다. 한평생 끓어오르는 분노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복수심으로 가득 차서 오로지 복수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분들은 별로 없으시리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누구든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는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30대 여자입니다. 작년에 보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52kg에서 42kg으로 감량했습니다. 성공적으로 보디프로필을 찍었지만 그 후 다시 요요가 왔고 18kg가 쪘습니다. 살을 뺐을 때는 사람들이 모두 다 저에게 대단하다며 멋있다고 해 주었는데 급격하게 다시 체중이 늘자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졌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외출도 하지 않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무기력증이 찾아왔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면 나아지리라는 것을 알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가 아직 아이였을 때, 지팡이를 짚은 꼬부랑 할머니와 흰 수염이 지긋하게 난 할아버지를 보면서 노인이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상념에 잠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어른조차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노인의 삶이란,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하늘 위의 뜬구름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어찌됐든 간에 허리가 고사리처럼 구부정해서 거동이 쉽지 않을뿐더러 무슨 말을 해도 한 번에 알아듣기가 힘들었던 할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며 나이가 든다는 것은, 굉장히 불편하고 서글픈 일이 아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지난 3월, 직장인 942명을 상대로 자존감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자신의 자존감에 점수를 매겨 보는 것이었죠. 그 결과, 평균은 5.7점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번아웃(심신 소진)’이나 슬럼프를 겪어 봤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90%에 육박했습니다.자존감(Self-esteem)은 단어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며, 노력에 따라 삶에서 성취를 이뤄 낼 수 있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 날 도로 한복판에서 한 남자가 차를 세운다. 그는 갑자기 눈이 멀어버렸다. 그는 병원을 찾아가지만, 원인을 찾지 못한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앞이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이상 현상은 이후 전염병처럼 모든 사람에게 급속하게 번져 간다. 눈먼 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는 그들을 병원에 격리해 수용하고, 이 병의 최초 발견자인 의사와 그의 부인도 그 수용자에 포함된다. 남편을 지키기 위해 눈먼 자처럼 행동하는 의사 부인은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눈먼 자들이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여러분과 닮은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있으신가요?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제가 아는 사람이랑 닮으셨어요.”라는 말을 들어 봤거나 반대로 그런 말을 해본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어떨 때는 인종이나 국경을 뛰어넘어 닮은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닮은꼴 혹은 똑같이 생긴 사람을 의미하는 ‘도플갱어’라는 표현도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도플갱어와 관련된 속설로 “닮은 사람 세 명을 만나면 죽는다.”라는 말도 있지요. 여러분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배우자의 불륜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지친 표정, 혹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선 분들은 저마다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곤 합니다.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 상처, 분노 등. 그 일을 잊을 수 없고, 배우자를 용서할 수 없다며 괴로워하시죠. 이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겪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무 일이 없었던 듯 배우자를 용서한 뒤 가정을 유지하는 것은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은 ‘용서의 미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성경에
“나의 생애는 무의식의 자기실현 역사다.” - 카를 구스타프 융 스타를 꿈꾸는 한 여자가 있다. 캐나다의 스윙 댄스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여자는 배우로서의 화려한 삶을 꿈꾸며 할리우드에 도착한다. 영화 오디션장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영화감독과 또 다른 여자와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체할 수 없는 배신감과 치욕감에 휩싸인 여자는 청부업자를 시켜 사랑하는 여자를 죽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괴로워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떠난다. 이 지독하게 섬뜩한 애증(愛憎)의 굴레. 여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모르는 길을 찾아가며 헤맸던 경험, 모두 한 번쯤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지도 어플리케이션이나 네비게이션으로 실시간 안내받을 수 있는 요즘은 조금 덜할지 모르겠지만 그 옛날 종이 지도 한 장 들고 생전 처음 가는 길을 찾아가야 했던 시대에는 그 불편함과 막연함이 얼마나 컸을가 싶습니다. 이 길인가 싶어서 가 보면 막다른 골목이고, 저 길인가 싶어서 가보면 엉뚱한 곳이 나올 때 참 당황스럽고 땀이 삐질삐질 나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초행길도 쉽게 찾고 한번 간 길은 잘 잊어버리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