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약을 복용하고 나서 자살충동이 강해졌습니다.

길을 걷다 보면 찻길에 뛰어들고 싶고, 집에 있다 보면 창밖으로 떨어져서 죽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에는 약을 한꺼번에 먹고 자살시도를 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약을 바꾸고 나서 다시 자살충동이 심해졌습니다.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상실감에 빠진 것만으로도 힘든데, 약을 먹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충동까지 들어 너무 괴롭습니다.

정신과 약이 자살을 유발한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던 적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사진_픽셀

 

A) 안녕하세요. 글을 읽으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현재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시고, 자살충동이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실 정도로 힘겨움이 많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회복하셔서 건강한 삶을 사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면서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약물에 의해서 자살충동이 늘어난 게 아닌가에 대한 의문 때문에 글을 남겨주신 것으로 보입니다.

 

항우울제로 흔히 쓰이는 SSRI(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라는 약물이 아이들과 젊은 성인들에게 썼을 때 자살사고와 행동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가 있어, FDA에서도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SSRI를 복용하였을 경우 자살사고와 행동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더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SSRI가 우울한 증상을 경감시켜주기 때문에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최근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일부 환자들의 경우, SSRI를 시작하는 초반에는 약물에 의해 불안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자살 충동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약물을 시작하는 초반에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약물이 자살 충동을 줄여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약물을 복용하고 힘드신 부분이 있다면, 약물이 소진되지 않았더라도 약물을 처방해주신 주치의 선생님께 방문하여 상의해보시면 불편하시지 않게 도와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울한 증상과 자살 사고에 약물 치료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혹여나 자의로 투약을 중단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약물에 의해 부작용이 생겨 불편하시더라도 그 부분은 약물 조정을 통해 충분히 조절 가능하기 때문에,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 하에 약물 조정을 하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아무쪼록 치료 잘 받으셔서 건강한 삶을 영위해 가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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