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AI를 어떨 때, 얼마나 자주 사용하시나요? 아마 요즘에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분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일이나 공부에 필요한 자료를 찾아보거나 간단한 메일 작성, 맛집 검색이나 여행지 코스 및 일정 추천까지 AI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삶에서 AI는 어느새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어떨 때는 AI가 정보검색이나 문서 작성을 넘어 위로나 공감을 해주는 상담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나 업무에서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막상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자니 너무 사소한 일인 것 같거나, 제대로 공감받을 수 있을지 망설여질 때, AI에게 별 기대 없이 이야기해 보신 경험이 많이들 있으실 텐데요.
그럴 때 AI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마 생각보다 훨씬 공감도 잘해주고 내 편을 들어주는 모습에 ‘웬만한 사람보다 낫다’라는 생각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AI는 내가 하는 말을 비판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동조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사람에게 이야기했을 때 올 수 있는 평가나 조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더 위로된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AI는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실질적이고 유용한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AI와의 상호작용이 망상을 비롯한 정신증적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AI 사용만 아니라 딥페이크를 비롯한 AI 활용 생성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 역시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로 과도한 상상이나 망상을 막아주는 인간의 기본적 신념 체계를 AI가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정신증(psychosis)은 매우 복잡한 임상적 현상으로, 여러 가지 기능적 장애를 포함하지만 핵심적 요소의 하나로 망상(delusion)을 포함합니다. 망상은 사실이 아니고, 문화적으로 드물며, 명백한 반대되는 증거에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보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으로 편집증이나 조현병에서 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AI가 망상과 관련될 수 있다고 보는 연구들에서는 AI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익숙해지고 AI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개인적,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AI를 활용하면서 점점 상담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 AI는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사용자의 의견을 강화하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고, 그러면서 사용자는 점차 확증편향에 빠지게 되어 특정한 생각이 과도하게 증폭되면서 현실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점차 AI를 통해 강화된 생각 속에 빠져들게 되고, 사회적인 합의나 상식과 같은 현실 세계로부터 거리가 생기게 됩니다. 그 결과, 사용자가 하는 걱정이나 집착이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확고한 믿음으로 굳어지고, 현실적인 판단 능력이 느려지는 데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죠.
AI의 무비판적인 태도와 사용자 의견에 대한 동조는 망상적 확신을 굳건하게 만들고, 사고의 반복이나 고착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취약성이 있는 이들은 AI가 한 응답을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학습에 의한 반응이 아닌 의도와 감정을 가진, 주체적 반응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디지털형 공유 망상을 경험하게 되기도 합니다. AI가 망상을 강화하는 대화 상대, 일종의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AI 그 자체가 정신질환, 특히 정신증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취약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미 개인이 가진 정신적 스트레스나 취약성에 AI가 그것을 악화하는 유발요인(trigger)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데요.
AI에게 필요한 것을 물어보고 유용한 조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점차 AI에 익숙해지는 중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AI가 주는 정보나 시각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AI의 의견을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이거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거나 AI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 보면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무엇보다 AI가 현실에서의 대인관계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지나치게 대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 나누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며 조정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시야가 좁아지거나 내 생각에만 갇히는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정신건강 측면에서 취약성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지나친 AI 사용을 자제하고 현실 세계와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특별히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임상심리전문가와의 면담을 통해 지원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건대하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명제 원장
의사 국가고시 인제의대 수석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행평가 전국차석
5개대 7개병원 최우수 전공의상(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인제대, 을지대, 서울의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