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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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는 강박증의 여러 유형들 중에서도 ‘확인 강박증’에 대해서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앞으로 세 편 연달아 확인 강박증의 치료나 이런 것들에 대해 쭉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확인 강박증이란 무엇일까요? 사실 강박증의 유형은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지난번에 제가 소개드렸던 ‘청결 강박증’도 있고요. 정리 정돈, 대칭 맞추기, 완벽주의도 일종의 강박증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런 식으로 여러 가지 유형의 강박증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중에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확인 강박증입니다. 거의 청결 강박증과 확인 강박증 두 가지가 강박증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요. 가장 흔한 건 이런 것이죠. 문단속이나 창문 단속, 콘센트, 가스 불 확인을 굉장히 열심히 합니다. 출근길에 바빠 죽겠는데 내가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들을 모조리 확인하고 문단속하는 데 쓰게 되면서 또 지각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또 일할 때 내가 했던 일을 한두 번만 확인하고 넘어가도 되는데, 다섯 번 열 번 확인하면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분도 계시고요. 내가 보낸 이메일이 혹시나 철자가 틀린 것은 아닌가. 한 번 보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곱씹어 보는 그런 분들도 계시고요. 친구와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는 분도 계십니다. 대화하고 나서 혹시 내가 말실수한 것이 아닌지 계속 속으로 곱씹어 보기도 하고, 아니면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을 쭉 훑어보면서 하나하나 내가 말 잘못한 부분은 없는지, 상대방이 혹시나 좀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지 계속 곱씹어 보는 사람도 역시 확인 강박에 속하는 것이죠. 

보이지 않는 강박증도 굉장히 많습니다. 행동적이지 않은 ‘정신적 강박’이라고 저희가 얘기하는데요, 뭔가 어떤 일이 있을 때 이것을 속으로 곱씹어 보거나, 계속해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거나, 불편한 것을 계속해서 떠올리고 떠올리다 보면 뭔가 희미해지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 순간이 와서 내가 안도감이 들 때까지 계속해서 떠올리는 거죠. 이런 것들을 확인 강박증의 여러 증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박증의 치료는요, 강박증 치료에 대해서 현재까지 연구된 근거를 볼 때 미국 정신과 의료협회나 캐나다 정신장애의 치료 지침 가이드라인이라든지 아니면 국내에서도 강박장애에 대한 치료 지침이 발표된 적이 있거든요. 여러 지침에서 가장 먼저 손꼽히는 치료가 바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두 가지 치료를 단독으로 하든 병행하든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근거가 있는 치료라고 얘기할 수가 있겠습니다. 근거가 있는 치료라는 것은,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강박증에 대해서 어떤 게 도움이 될까? 어떤 치료가 도움이 될까를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해 봤는데 가장 효과적이고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하는 치료들이 바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라는 거죠. 

먼저 약물치료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면요, SSRI라는 약을 제일 많이 사용합니다. SSRI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는 약이고요. 여기서 S라고 하는 것이 바로 세로토닌이죠. 세로토닌이라고 하는 물질이 우리 뇌에 있는 강박회로가 굉장히 과잉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런 세로토닌의 불균형을 조정하면서 이 회로가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그러면서 강박 증상들이 조금 줄어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SSRI를 제일 많이 사용하고요. 그 외에 수면제라든지 신경안정제 같은 것들, 항불안제 같은 것들을 함께 필요에 따라서 사용하게 됩니다. 약의 효과는 100%가 아닙니다. 한 50% 정도, 크게는 70% 정도라고 보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절반은 반응하지만 절반은 반응이 잘 안 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절반이 반응이 온다는 말은 그 절반이 완벽하게 100% 효과가 있다는 말이 아니고요. 그 50% 중에도 스펙트럼이 있거든요. 약을 먹고 바로바로 좋아지신 분도 계시지만, 임상적으로 이런 분들은 잘 못 본 것 같아요. 

대개는 먹으면 ‘선생님 조금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약간 불안함이 좀 덜해지기는 해요. 강박 증상이 덜 나타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불편해요.’ 하는 분들이 제일 많습니다. 그래서 증상 자체를 약이 없애 주는 것이 아니고요. 감도를 좀 낮춰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강박 증상은 크게 ‘강박적 생각’과 ‘강박적 행동’으로 나눌 수 있잖아요. 강박적인 생각이라고 하는 것은 찝찝함과 불안함을 유발하는 그런 생각들이죠. 그래서 약을 쓰게 되면 이런 찝찝함과 불안감을 좀 낮춰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불안하고 찝찝함이 덜 느껴지면 아무래도 제거하려는 시도를 덜 하게 되죠. 그래서 강박행동을 덜 하게 되고, 강박행동을 덜 하게 되니까 나의 뇌에서도 인식을 덜 하게 되면서 증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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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인지행동치료는 상담치료입니다. 다른 상담과는 좀 다른 점이 있는데요, 이것은 좀 명확한 치료 목표를 가집니다. 강박증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강박적인 행동을 좀 줄일 것인가, 또 강박적인 생각이 굉장히 왜곡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것들을 어떻게 좀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혹은 이 생각을 어떻게 하면 또 거리를 둘 수 있을 것인가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여러 가지 기법들을 적용하고 배워 나가고 익혀 나가는 치료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박증의 경우에는 강박사고를 바꾸고 생각과 거리를 두고 이런 식으로 좀 정확한 치료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또 강박행동을 감소시켜 나가는 것이 또 하나의 치료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뇌가 강박사고, 불편함, 찝찝함 같은 것들에 대해서 반응하는 방식들이 치료를 하면서 점차 바뀌어 나가게 됩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치료는 상호작용한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약물이 증상을 좀 줄여 주잖아요. 감도가 좀 낮춰지면 아무래도 상담하는 게 좀 더 수월해지죠. 

불안이 굉장히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는 얘기를 아무리 해도 잘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이건 이렇습니다. 이건 이렇습니다. 한번 집에 가서 해 보세요.”라고 제가 권유드려도 불안이 엄청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치료해 나가는 것이 힘들고, 과제조차 좀 하기 힘든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약을 초반에 사용하면서 감도를 낮추게 되면 아무래도 인지행동치료라든지 ERP를 연습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치료가 또 효과를 발휘하면 약물치료가 점점 더 효과를 더 발휘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러다 보면 점차 시간이 지나도 약물의 농도를 줄이고 나중에 끊게 되는 그런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 거죠. 두 가지 중 한 가지로도 치료가 충분히 가능은 한데요. 치료의 효과를 고려하거나 혹은 치료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두 가지가 함께 병행되는 것이 좋다고 나와 있습니다. 

 

여러 가이드라인에서도 경도, 가벼운 정도의 강박증 같은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단독으로 쓰거나 아니면 인지행동치료를 단독으로 하거나 하는 것을 권유하는데요. 대개 중간 정도 이상 레벨로 좀 심한 수준의 강박증일 경우, 가장 좋은 치료는 두 가지를 병합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죠. 그리고 치료의 목표 설정이 초반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신과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약 쓰면 좋아지겠지, 약 쓰면 증상이 없어지겠지,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사실은 그렇게 오시는 분들은 대개 99%는 실망을 하십니다. 

왜냐하면, 증상은 제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불안은 정상적인 것이거든요. 우리 뇌가 우리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 불안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은 우리를 생존하게 만들기 위한 어떤 정상적인 방어기제에서 비롯된 것이죠. 또 과도하게 불편을 제거하려는 것 또한 정상적이죠. 왜냐하면, 나를 위협하는 것들로부터는 벗어나야지만 내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불안이 나타나고 또 그것들을 없애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거죠.

다만, 이것이 과도할 때 문제가 되는 거고요. 그래서 일차적인 목표는 우리가 증상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거의 대부분 치료를 실패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또 실망하고 자포자기하게 되죠. 증상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때로는 거슬리지만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 치료의 일차적 목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약물을 줄이고 일상을 좀 더 견고하게 끌고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뇌도 점차 경계를 풀게 되면서 여러 가지 강박 증상에 대한 인식이 줄어들게 되는 거고요. 그리고 치료 경과에 대한 이해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마음을 급하게 먹으면 힘들어집니다. 왜냐하면, 치료가 되는 과정 자체가 이렇게 부드럽게 커브를 그리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요. 이렇게 갑니다. 출렁출렁하면서 결국 좋아지는 쪽으로 수렴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날은 되게 좋아진 것 같다가도, ‘오늘 왜 이러지? 좋아지는 것 같은데 오늘은 왜 이러지?’ 이러면서 점점 출렁출렁하면서 좀 힘든 날, 좋은 날, 계속 반복되면서 좋아지는 쪽으로 수렴하는 거죠. 상당히 변화무쌍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치료의 이런 경과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치료의 방향을 잘 잡아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노력은 혼자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고요. 치료자와 잘 상의해 가면서 약물치료든, 인지행동치료든 함께 마음을 열고 상의하면서 치료해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과연 확인 강박증이란 무엇이고, 확인 강박증 중에 가장 도움이 되는 치료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씀드렸고요, 또 치료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될 것인가, 치료의 목표는 어떻게 잡아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너무 높게 목표를 잡고 증상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면 굉장히 실망할 가능성이 높고, 치료를 길게 끌고 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중요한 치료의 경과나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요, 과연 그러면 인지행동치료는 어떻게 해 나가야 되는지, 또 거기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실생활에서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이런 치료들을 계속해서 이어 갈 수 있을 건지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신재현 원장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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