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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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상대의 무례하거나 들어주기 힘든 부탁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로 거절하였을 때 보이는 상대방의 부정적 태도나 모습을 보기 싫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하루 처리할 일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동료가 부탁하는 일을 거절하지 못해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한 적도 있고, 피곤해서 집에 가려고 했지만 간단하게 술을 먹자는 친구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다음 날 지장을 준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YES 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거절을 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파악해야 합니다.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수 있는데, 보통 내향적이고 순응적 성격을 가진 사람일수록 거절을 잘 하지 못하고, 주위에서 내리는 평판이나 평가에 과도하게 신경을 써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자 하는 사람일수록 거절을 하지 못합니다. 이외에도 사회적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또는 배려를 많이 하는 성향으로 모든 부탁을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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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건강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거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어떤 요청이나 부탁을 받았을 때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고, 전후 상황을 고려한 후 역량이나 한계 밖이라고 생각될 때는 정중하고 부드럽게 거절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선택하고 거절할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은 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의사결정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거절하는 행동을 훈련해야 합니다. 결심을 한다고 해서 저절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에 거절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거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관점은 ‘나는 부탁할 수 있고, 상대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부탁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선택이며, 내가 한 부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의 선택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거절을 표현할 때는 정중하고 부드럽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단 시간의 여유를 두고 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부탁을 받자마자 답을 하려고 하지 말고 불편한 느낌이 들 때 일단 반응을 멈춘 다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다만, 너무 오랜 시간을 끄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안에는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정중한 표현을 위해서 판단과 관련된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고 나의 상황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는 들어줄 수 있지만 전부 다는 들어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유난히 거절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위의 방법들이 전부 뜬구름 잡기로 들리며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절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지속할 경우 결국 스스로의 정신건강과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는 상황이 지속되어 분노, 자책감, 화 등이 쌓이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타인보다는 자신을 조금 더 생각하여 ‘안 될 것 같아’라는 말을 하는 연습을 해 보길 바라겠습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규홍 원장

[참고문헌] 이현수(2015). 마음을 나누다 _ 심리공감: 거절 못 하는 병을 치료하는 7 가지 방법. 지방행정, 64(738), 66-67.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 졸업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료
METTAA CBT / Schema Therapy Exp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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