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위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들은 거절함으로써 상대가 마음을 다칠까 두려워합니다. 또 자신이 거만하고 이기적으로 비칠까 초조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합니다. 이는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나에게는 포용과 인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상대의 요청에 반응하는 방식은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중 흔하게 보이는 반응 3가지는 수용하는 것, 공격하는 것, 피하는 것입니다.
 

1. 수용하는 방식 

사람들은 부탁을 받으면 거절하지 못해서, 마땅치 않은 상황임에도 승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수용을 하다 보면 관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상대를 충분히 도울 수 있으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나에게는 그만큼의 시간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2. 공격하는 방식 

어떤 사람들은 부탁을 듣고 경직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거 나보고 하라는 거야?”하며 놀라는 반응, 화를 내거나 실망하는 반응 등이 해당합니다. 

좋은 방어를 하려면 요청한 사람의 부탁을 적절한 메시지로 바꾸어 되돌려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3. 피하는 방식

“음 생각해볼게..”라고 대답하는 경우입니다. 생각해보겠다는 것은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대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는 긍정적인 대답인 줄 알고 답변을 기다리지만, 계속해서 피하고 다시 언급하기를 꺼려하게 되지요. 

피하는 반응이 반복되면 관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방식은 요청에 대한 반응으로 바람직한 방식이 아닙니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거절해야 할까요?

크게 3단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인가?’

자신의 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자신과 자신의 일을 우선순위로 정해놓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요청이 온다면, 어디까지 허용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2. “미안하지만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의 거절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지키려면 나 자신에 중심을 두고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어디까지인지 말해줘야 합니다. 
 

3.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비록 거절을 했더라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이나 타협 방안을 상대에게 제시해 유대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거절한다는 것’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사람들은 우리가 긍정적으로 거절을 표하는 방식으로 소통할 때 우리를 더 존중합니다. 배우자든 동료든 아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로부터 더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는 나 스스로를 존중해주는 방식입니다. ‘안 된다’고 말할 때 나의 무의식 속 마음 깊은 곳에서는 스스로를 아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1. 부탁에 대해 성급히 대답하지 않고, 부탁을 들어준다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가치나 필요는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봅니다.

2. 거절에 대한 상대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자신 이외의 것에 휘둘릴수록 감당해야 할 결과는 더 커집니다.

3.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을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4. 거절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이후에도 거절하기가 더 수월해집니다. 피하지 않고 맞대응하면 오히려 요청한 사람과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5.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거절당한 이가 침착함을 되찾고 관계를 회복하게끔 항상 마음의 문을 열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남에게 거절을 표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는 허락의 의미임을 알면서도, 이것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을 긍정하는 거절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자아를 단단하게 하고 상대와 관계도 더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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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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