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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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웩 인자(Yuck Factor)라는 용어를 들어 본 적이 있을까요? ‘우웩’은 반감(repugnance), 역겨움(disgust), 혐오(abhorrence) 등을 표현하는 단어로,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까닭 없이 누군가를 혐오하는 광범위적인 사회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어떤 상황에서 ‘우웩’이라는 포현을 사용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끈적끈적하고 습한 녹색의 이물질을 만지면 자신도 모르게 ‘우웩’과 비슷한 표현이 튀어 나옵니다. 이 밖에도 식인 풍습(cannibalism), 낙태, 근친상간 같이 윤리적 쟁점을 가진 이슈에 대해서 직관적으로 역겨움을 느낀다고 하지요.

역겨운 맛이나 냄새를 피할 뿐만 아니라, 물체의 느낌도 우리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보송보송한 아기의 피부나 부드러운 비단을 만질 때는 접촉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끈적이거나 습한 물질을 만질 때는 피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런던 대학교의 발레리 커티스(Valerie Curtis)와 미쉘 드 바라(Michell de Barra)는 혐오스러운 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연구해 왔는데요, 그들은 개인의 특징에 따라 그 민감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여러분들도 함께 아래의 행동들에 대해 얼마나 혐오감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세요. 

 

- 얼굴이 망가진 남자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는 것

- 길거리에 누워 있던 노숙자와 악수하는 것

- 버스 내에서 헝클어진 머리에 더러운 옷을 입은 사람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

-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애꾸눈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는 것

- 비만인 여자가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 하는 것을 보는 것

 

여러분은 어떤 내용들에 체크하셨나요? 발레리 커티스와 미쉘 드 바라의 실험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 행동에 대해 비교적 3개 내외의 항목에서 낮은 수준의 혐오감을 보고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의 항목도 함께 생각해 보세요.  

 

- 삶은 달걀에서 미숙한 병아리 태아가 안에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 소의 혀와 볼로 만든 요리가 식탁 위에 올려졌을 때

- 부엌의 구석에서 죽은 쥐를 발견했을 때 

- 시리얼 위에 울퉁불퉁하게 상한 우유를 부었을 때

- 바퀴벌레가 눈 앞을 가로질러 도망가는 것을 볼 때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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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항목들에 체크하셨나요?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음식이나 동물에 대한 제시문에서 더 큰 혐오감을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여성은 10점 만점에 6~7점, 남성은 5점의 반응을 보였고, 임신 초기나 배란기의 여성들이 더 쉽게 혐오감을 느낀다는 것을 합니다.  

혐오감을 많이 느끼는 것은 면역 체계와 관련이 있으며, 민감성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거나 오랜 노출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맥쿼리 대학의 서프릿 살루자(Supreet Saluja) 연구팀은 촉각과 혐오감에 대한 연구를 위해 참가자들에게 스크린 뒤에 가려진 15개의 물질을 만지고 느낌을 보고하도록 했는데요, 그 결과 사람들은 그 물질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끈적하거나 기름진 질감에 혐오의 감정을 표현하였습니다. 

연구팀은 많은 사람들이 청소한 이후에는 더러운 물체와 짧게 접촉하기만 해도 오염되었다고 느낀다고 설명했습니다. 바퀴벌레를 잡은 이후에도 인상을 잔뜩 쓰고 있는 모습처럼 말입니다. 더 이상 오염물질과 접촉하지 않음에도 혐오의 감각이 지속된다는 것이죠.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역겨움에 대한 반응은 독소나 적대적인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상한 맛이나 냄새, 불쾌한 느낌의 음식을 먹거나 만지지 않도록 하여 질병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것이지요. 본능적으로 느끼는 혐오감은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지속되는 반응을 하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금기 된 행동들은 생물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어, 사회적 형태의 직관적 지식(a kind of intuitive social form of knowledge)으로 축적된다고 합니다. 집단에 불리한 행동에 대한 태도를 세대에 걸쳐 사회적 지식 형태로 전수하는 것이기에 진화함에 따라 계속 새로운 학습이 이뤄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정서는 판단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어떻게 느끼는지는 무척 중요합니다. 오늘은 일상에서 금기와 규범들을 되돌아보세요. 우리의 혐오감이 좋은 영역에서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기를 지지해 봅니다.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규홍 원장

이규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 졸업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료
METTAA CBT / Schema Therapy Exp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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