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웬과 자아 분화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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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족의 달로 많은 분들이 가족들과의 함께하는 시간들을 보내게 됩니다. 가족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과 힘든 감정들이 더욱 도드라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 인간을 형성하는 정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미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인간의 행동과 문제에 대해 포괄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가족원의 마음과 생각까지 깊이 보려 했던 심리학자들이 있습니다. 가족의 생활을 형성하고 계속하게 하는 가족 상황을 보다 넓게 보면서, 한 인간을 형성하는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었죠. 환자와 그 가족 관계에 임상적 관심을 갖고 연구한 학자가 있습니다. 가족치료 발달의 선구자이자 최초의 이론가로 활동한 보웬입니다. 

보웬은 정신분석 훈련을 받은 정신과 의사로서 정신분석 개념이 지나치게 개인 중심적이어서 가족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일찍 깨닫았다고 합니다. 그는 정신 분열증 환자와 그 어머니에 대한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모자 공생’ 개념을 발표하며 이성적 자기 통제가 어려운 병리적 애착 형태인 ‘불안한 애착’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모자 공생 관계가 사실은 아버지를 포함한 전체 가족원이 관여된 정서과정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보웬은 가족들의 기능은 가족의 정서적 분위기 또는 장을 형성한 후 각 개인의 정서기능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으며, ‘자아 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분화는 개인이 자신만의 방식에 따라 기능하는 것을 배우는 과정, 정신 내적으로는 사고와 감정을 분리할 수 있는 능력, 대인관계적으로는 자신과 타인 사이를 분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의 분화 수준과 지적 기능을 기초로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 상태를 건강한 상태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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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어떤 수준의 자아 분화 상태에 있을까요? 아래의 특징을 읽어 보며 여러분도 함께 생각해 보세요. 

 

1. 가장 낮은 자아 분화 수준: 가족과 친밀한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하나라고 느낀다. 자기 자신의 사고가 침잠되어 있으며 감정에 지배되는 생활을 한다. 일상 생활에서 융통성이 적고, 적응력이 부족하며, 정서적으로 의존적이다.

 

2. ​낮은 자아 분화 수준: 다른 사람의 정서적 체계와 반응에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목표 지향적 행동을 하고 있으나, 이것은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3. 보통 자아 분화 수준: 스트레스가 발생해도 감정에 지배되지 않을 만큼 사고가 충분히 발달되어 있으며, 자의식이 잘 발달되어 있다. 

 

4. 높은 자아 분화 수준: 대체로 감정과 사고가 분리되어 있으며, 생활에서 정서적 평형을 누린다. 자아 분화가 낮다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아무 증상 없이 살아갈 수 있으므로 자아 수준과 정상성은 별개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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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어떤 수준에 해당하시나요? 자기 분화 정도는 지적 체계를 정서 체계와 구분하는 개인의 능력이 반영된 것으로, 분화 수준이 높으면 사고와 감정이 균형을 이루어 자제력과 객관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가족의 관점에서는 개인의 기본적인 분화 수준이 다세대에 걸쳐 전수된다고도 합니다. 우리는 가족의 역사를 통해서 가족 속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유형이나 사건을 파악할 수 있으며, 어떤 가족 관계가 형성되어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감정과 사고, 자신과 타인의 개념이 융합하지 않고 적절히 분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내용들을 참고할 수 있을까요?

 

□ 마음챙김 명상 등의 정신적인 훈련을 통해 감정과 사고를 적절히 분리시킬 수 있도록 한다.

□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지지 체계를 개발하여 정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회복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합리적 원칙을 근거로 감정의 반응한다. 

□ 결혼생활에서는 자율성을 가지고 정서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상태일 때 원만한 생활이 진행되므로 서로의 독립성과 존재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한다. 

□ 양육 환경에서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자신의 이상을 투사한 행동을 강요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격체로 선택하는 것들을 존중하며 성장하도록 양육한다.

 

가족 내 한 사람이 높은 자아 분화를 성취한다면, 다른 가족 구성원에도 그러한 수준이 전수될 수 있다는 기본 전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족과의 상호작용이 자아 분화의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가족들과 긍정적인 역동을 만들며 안정된 정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내가 먼저 변화하기로 결심해보세요. 여러분들이 가족 내에 일으킬 작은 변화를 응원합니다. 

 

서울역마음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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