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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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도 가까운 존재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모든 가족이 서로에게 사랑과 위로를 주며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세상에 다양한 유형의 가족이 존재하듯,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힘이 들게 만드는 관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부모의 양육과정 내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서로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하는 역기능적 가족 관계 내에 처해 있는 경우 많은 어려움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역기능적 가족 관계 내의 자녀의 경우 불안을 견디는 힘이 약해져 본인의 내적에서 발생하는 불안 뿐아니라 대인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을 다룰 능력 역시 없기 때문에 갈등이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족의 상황이 어떠하든지 간에 구성원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사이에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타인과의 거리를 결정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말하는 거리는 물리적, 신체적 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마음의 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역기능적 가족 관계에 있는 경우 거리 유지는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가족들은 여러분이 지금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헤아려주지 않고 상처를 이해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말이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죠. ‘나 지금 너희 때문에 이만큼 상처받았어. 그래서 너희와 같이 있기 싫으니 멀어지려고 하는 거야.’를 보여줘야 합니다. 물론,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되겠죠. 하지만 상대가 나의 권리와 존엄을 침범한다고 느껴지면 단호하게 거부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무리하거나 무례한 요구를 들어주지 말고 희생양 역할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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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들은 보통 내가 참지 않으면 가족 내 분란이 생길 까봐 참는 것이 습관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남보다는 스스로를 먼저 챙겨야 합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나의 마음을 잘 알고 위로해줄 존재는 나 자신일 테니 말입니다. 물론, 거리를 두게 되면 상대가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으니 용기 내어 본인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말할 상황이 오게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차분하게, 너무 감정적이지 않게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부당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이야기할 경우 누구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을 것이므로 왜 부당한지, 어떠한 기분이 드는지, 꼭 이런 방식을 유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언급해야 합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좋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진짜는 지금부터입니다. 본인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 후 나머지 가족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 3자의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은 두 가지 반응 중 하나를 보이게 되는데요. 

첫째는 여러분의 감정에 대해 이해해주지 않고 오히려 속 좁은 사람이라는 평을 내리며 정신적으로 압박할 수 있습니다. 마지못해 의견을 들어주기는 하나 죄책감을 유발할 수 있죠. 이러한 반응이 나온다면 여러분은 본인의 감정을 우선시하면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심리적 거리를 두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두 번째로는 여러분을 매도하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역기능적 가정 내에서 흔하게 등장할 수 있는 반응으로 이때는 심리적 거리두기를 넘어서 신체적으로도 거리 두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본인들이 불편함을 느낀다는 이유로 여러분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간다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미 가족의 역할을 잃었다고 볼 수도 있으니깐요. 

부디 이러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분들이 본인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주세요.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참고문헌] 김태한. (2014). 역기능적 가족관계의 영향으로 행동억제를 보이는 아동의 가족치료 사례연구. 놀이치료연구-한국아동심리재활학회18(3), 87-106.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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