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으레 창문을 열고 그날의 날씨를 확인합니다. 날씨가 화창한지, 구름이 잔뜩 끼지는 않았는지. 대개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색을 보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지만, 잿빛 하늘을 보게 되는 날이면 내 마음도 따라 우중충해지는 듯합니다.

출근을 하려고 옷장을 뒤적이다 보면, 그날 꽂히는 옷이 있기 마련입니다. 유난히 돋보이고 싶은 날에는 화려한 색상의 옷에 손이 가고, ‘제발 오늘은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날에는 무채색이나 조금 어두운 계열의 옷을 골라 걸치죠.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무수한 색채들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다채로운 색채들과 보이지 않는 대화를 합니다. 나의 심리 상태를 색채를 통해 표출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색채에서 위로나 영감을 받기도 하죠.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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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테라피(Color therapy, 색채치료)란, ‘컬러’와 ‘테라피’의 합성어로 색의 에너지와 성질을 심리치료와 의학에 활용하여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삶의 활력을 키우는 정신적인 요법입니다. 다채로운 색깔을 우리의 일상에 잘 활용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생활에서 활력을 찾거나 심리적인 안정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대체 색은 어떻게 우리의 마음에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는 걸까요?

우리는 몸의 여러 감각을 통해 빛을 느낍니다. 그런데 사람은 시각을 통한 색채 자극이 오감의 감도 중 80~90%를 차지합니다. 주위의 모든 사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빛은 흡수하고 필요하지 않은 빛은 반사하면서 고유의 색을 가지게 되죠. 이렇게 만들어진 고유한 색은 시신경을 통해 우리의 뇌로 전달되고, 뇌의 중추신경계에서 일어나는 수천 억 개 세포들의 끊임없는 미세한 정보 교류를 통해 우리는 색을 통한 자극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위 환경에서 색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 자극을 통한 대뇌 감각세포의 생물학적 활성화보다 더 심오하고 복잡한 과정으로 관념적, 공감각적, 상징적, 감정적, 생리학적 효과를 수반합니다.

 

1951년 러시아의 생리학자 S. V. 클라코브가 붉은색은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촉진하고, 푸른색은 부교감신경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컬러가 인체에 미치는 생리적인 영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여러 사실들이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색채는 실제로 우리의 오감을 자극해 마음의 파동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 대표적인 4색 컬러를 통해 우리 마음의 빛깔을 따라가 볼까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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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원적인 생명의 색, 빨강

붉게 물든 저녁놀, 활활 타오르는 태양, 유혈의 빨강, 우리는 빨강을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콩닥콩닥해지는데요, 빨강은 살아갈 힘을 자극하는 근원적인 생명의 색으로 사랑이나 일에 대해 말할 때도 빨강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빨간색은 시상하부에 있는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킵니다. 아드레날린은 호흡이 가빠지게 하며, 혈압을 상승시키고, 맥박수도 늘리게 됩니다.

심신이 건강해서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심리 상태일 수도 있지만, 긴장이나 불안으로 스트레스와 불만이 가득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빨강색을 마음껏 사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후에는 중화제로서 기분 좋은 녹색이나 파란색 계열을 사용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좋고요. 

 

2. 고요한 내적 평화가 필요할 때, 파랑

에메랄드 빛 바다, 청량한 하늘을 올려다보면 잠시나마 마음속 근심과 걱정을 잊을 수 있습니다. 파란색은 사람을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하게 하는 색으로 뇌를 안정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해 맥박을 감소시키고, 호흡을 깊고 길게 유도합니다. 그래서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불면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침실을 파란색으로 꾸며 보는 것은 어떨까요?

파란색은 평화와 소통, 신뢰를 상징하는 색입니다.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파란색이 신뢰를 주고, 권위 있어 보이고, 전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파란색은 불면증이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무기력, 우울함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우울증 환자에게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 색입니다.

 

3. 마음의 휴식을 가져다주는 초록

푸르고 싱그러운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지는 듯합니다. 초록은 균형, 중심, 조화를 상징하는 색으로 몸과 정신의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실제로 초록색은 인체에 유익한 신진대사 작용을 일으키는데요, 혈액 히스타민 수준을 올려 혈관을 팽창시키며, 피부 손상 시 다량으로 분비되어 손상 부위를 빠르게 호전시킨다고 하네요.

초록색은 자연과 가장 흡사한 색으로, 반복적인 업무를 할 때 실수가 줄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초록색을 많이 보고 자란 아이들은 온순하고 참을성이 많고 사회성이 높아진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회색 빌딩 숲에 갇힌 현대인들이 쉬는 날이면 초록을 찾아 야외로 나가는 것은 그만큼 초록 에너지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색이라는 방증이 아닐까요.

 

4. 밝은 에너지와 희망을 상징하는 노랑

아이들의 그림에는 유독 노란색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의 내면에는 잠재된 에너지와 내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합니다. 또 부모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해 나가죠. 이러한 밝은 에너지와 사랑으로 충만한 내면이 노란색으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노란색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합성을 촉진해 만성 피로를 완화시켜 줍니다.

노란색은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고 희망으로 가득 찬 상태를 말합니다. 단, 이러한 노랑을 항상 갈구한다면,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고 볼 수 있죠.

 

회색 도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도처에 널린 스트레스 자극에서 벗어나 언제나 숲이나 산, 강과 바다로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일상에 갇힌 우리가 원할 때마다 심신을 치유해 주는 자연으로 향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또 다른 선물인 다채로운 컬러의 파동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워 보는 것이 어떨까요.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이슬기 원장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대전,서울지방병무청 병역판정의사
(전) 서울 중랑구 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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