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김인수 전문의] 

 

망상(Delusion)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우리는 대화 도중 상대가 엉뚱한 얘기를 하면 우스갯소리로 “너 망상 있니?”며 종종 망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정작 망상이 대표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인 조현병의 경우 유병률이 1% 내외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실제 망상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망상의 정의

일반적으로 하는 공상과 망상은 구별되는 개념이다. 망상은 현실과 갈등을 일으키는 고정된, 잘못된 믿음이다. 그 내용은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강한 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망상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믿음과 상반되는 증거들을 접해도, 그 믿음은 수정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이다.

망상이 나타나는 정신과적 질환은 다양하다. 조현병, 조울병, 치매, 망상장애는 물론 심한 우울증에서 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망상은 독립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흔히 환청, 환시와 동반된다. 그렇다면 망상의 종류를 알아보자.

 

망상의 종류 

<색정망상 (Erotomanic delusion)>

특정인이 자신과 사랑에 빠졌다는 믿음의 망상이다. 그 대상은 주로 높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설정된다. 예를 들어,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 A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으며, Tv에 출연했을 때 특정 손짓으로 자신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과대망상 (Grandiose delusion)>

개인이 엄청난 능력, 유명세, 부 혹은 권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이 자신에게 엄청난 능력을 주었고, 자신은 지구를 지켜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내용의 망상이다. 조울병을 가진 사람이 조증을 경험할 때 흔하게 나타나는 망상의 종류다.

 

<피해망상 (Persecutory delusion)>

정신과 의사들이 임상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게 되는 망상의 종류라고 알려져 있다. 피해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감시를 당하고 있고, 누군가가 쫓아오고 있고 박해를 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국가정보기관에서 자신의 방에 도청장치를 몰래 설치하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고, 개인정보를 빼내어 범죄에 악용한다는 내용의 망상이 있을 수 있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질투망상 (Jealous delusion)>

자신의 배우자 혹은 애인이 자신을 배신하고 외도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망상이다. 다른 망상들과 마찬가지로 이를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근거들이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상대 배우자가 공공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믿는 등, 명확한 근거 없이 망상을 주장하거나, 명백한 반대의 근거가 있음에도 외도를 주장한다.

 

<신체망상 (Somatic delusion)>

신체망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신체의 특정 부위가 잘못되어 있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믿는다. 예를 들어 몸속의 장기의 위치가 바뀐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망상이 있을 수 있다.

 

망상의 명확한 원인이 밝혀진 바는 없고, 유전, 생물, 심리, 환경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망상이 흔하게 나타나는 조현병, 조울병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확률이 확실히 증가하는 걸로 봐서 어느 정도의 유전성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두 사람 이상이 망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같이 살고 있으며, 외부 세계의 단절이 되어있는 경우 이러한 것이 더 잘 나타난다.

망상을 치료할 때에 어려운 부분은, 망상을 겪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전문적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대개는 그 자체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고, 정말 실제 사실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결국 망상을 병으로 인식할 수 있는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실제로 임상현장에서는, 환자가 스스로 병원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 통원 및 입원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항정신병 약물의 사용이 주된 치료이고, 보조적으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망상은 완치(cure)를 목표로 접근하기보다 현실적 적응(coping)이 관점에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환자는 망상을 강화하는 자극들을 멀리하고 (TV를 통해 감시당한다는 망상이 있는 사람은 TV 자체를 멀리한다. 자신을 누군가가 쫓아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망상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외출), 보호자는 곁에서 환자가 현실적 감각을 잃지 않게 지속적으로 현실의 조건들을 상기시켜주는 도움이 필요하다.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의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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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 선생님 글을 만났더라면 좀더 빨리 우울감에서 헤어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글 내용이 너무 좋아 응원합니다. 사소한 관계의 행복이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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