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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간섭이 심한 어머니로부터 독립하고 싶어요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8.19 05:07

[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학창 시절 저희 어머니는 다소 강압적이고 간섭이 많은 어머니였습니다. 저는 그 부분이 힘들 때가 많았고 성인이 되면서 어머니와 거리를 두고, 제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게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올인하던 자식이 자신을 멀리한다고 느껴지는 것과 자신의 권위가 흐려진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취업을 아직 못했고 경력을 쌓기 위한 활동만 계속하는 중입니다. 즉 어머니가 마음을 놓진 못하고 저는 계속 바쁘고 힘들어하는 상황인데요. '이러다가 언젠가 죽어버릴 거다. 이제 너도 나 필요 없고 다 컸지 않냐. 인생 재미없다.'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면서 저더러 '엄마에 대한 배려가 없다. 무서워하는 척하면서 무시한다.' 이런 말씀도 하십니다.

제가 어떻게 배려하면 되겠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안 하시고요. 어머니 우울증이 있으신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재옥입니다. 

부모 자녀 사이는 참 묘합니다.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서 점점 멀어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니까요. 

처음 자녀는 부모와 정신적으로 완전히 합쳐져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배가 고픈지,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지 알고, 자녀는 부모를 느낌으로써 안정과 평화를 찾습니다.

하지만 자녀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깨닫게 되면서 이 관계는 달라집니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사춘기가 시작되죠. 의미 없는 반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은 부모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중요한 성장 과정입니다. 보통 이 과정에서 부모도, 자녀도 서로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죠.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당시 어머님의 상황이 외롭고 힘들었다면 자녀에게 의지하는 정도가 크게 되고, 따라서 자녀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어머니가 컨트롤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만큼의 불안감이 몰려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춘기만이 자녀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과정이 아닙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취업과 다른 집에서 살게 되는 것이 다시 한번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존재임을 확실하게 납득하는 과정이며, 그래서 취업과 분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자녀는 부모와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자분은 질문자분을 다른 존재라고 인정해주지 못하는 어머니의 문제와 취업 등 상황에 대한 문제가 같이 있기 때문에 현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어머니가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취미활동이든, 사회활동이든 다른 사람을 만나게 하며, 이를 통해 보통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올바른 기준을 만들어가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직 어머니와 집을 분리하지 않으셨다면 어떤 형태든 분리해서 따로 살면서, 연락은 계속하며 각자의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수영을 못해도 일단 물에 빠지면 어떤 식으로든지 생존하기 위한 적응이 일어날 테니까요. 

만약 상황이 좋지 않아 자연스럽게 이런 방법들을 시도할 수 없다면, 질문자분과 함께 부부가족치료를 하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두 분이 오랜 시간 동안 풀지 못한 문제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려 하는 것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또 두 분 각각의 문제보다는 서로의 관계 자체가 문제가 있는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에, 각자 치료받는 것보다 함께 진료실에 들어가서 치료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 자녀와 부모 사이는 묘하다고 했었죠. 자녀가 성인이 되며 몸은 점점 멀어지게 될 수밖에 없고, 결국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영영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몸은 멀어지더라도 부모에게서 받은 기억과 경험, 그리움 또는 증오 같은 감정들은 나 자신이 부모가 되어가며 더 강렬하게 살아나게 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묘하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질문자분이 부모가 될 가능성이 있으시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으시다면, 현재 어머니와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지 정리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질문자분 인생 전체를 생각했을 때 그 가치는 충분하실 겁니다. 

응원하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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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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