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염태성 전문의] 

 

사연) 

둘째 아들이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큰아들에 비하면 관심도 많이 받고 사랑도 많이 받은 아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이도 사춘기 전에는 사랑도 많고 이쁜 행동도 많이 해서 큰아이가 질투할 만큼 저희 부부 사랑도 많이 받았고요. 가족들 생일이나 행사가 있을 때도 두 아이는 본인 생일처럼 너무 좋아하고, 가끔 오버하는 행동도 보였고요. 

몸이 약해서 제가 학습적인 건 영어 빼고는 시키지도 않았어요. 학교만 잘 다녀도 고마웠거든요. 어릴 때부터 머리가 너무 아프다 해서 심하면 구토를 하고 며칠씩 아파서 응급실도 몇 번씩 가고 위내시경 머리 MRI도 찍어보고. 다행히 어디 아픈 곳은 없는데 구토증후군이라 하더라고요. 아이도 크면서 두통도 서서히 없어지고 지금은 정상입니다.

 

그런데 사춘기가 오면서 성격도 바뀌더니 지금은 어린 시절의 아이 모습이 없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고 휴대폰만 종일 봅니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인지 한 달 전부터 물티슈를 거의 하루에 한 통을 다 씁니다. 휴대폰을 계속 닦고 있고, 학교를 다녀온 후에는 손을 씻고 좀 이따가 또 씻고 샤워하는 시간도 거의 한 시간 정도입니다. 모든 행동이 과합니다.

그리고 물티슈를 사용하고 안 보이는 곳에 숨겨둡니다. 제가 꺼내서 치우기도 몇 번이고, 얘기하면 담에는 휴지통에 버린다고 하고, 또 다른 곳에 숨겨두고. 쓰고 방에 있는 휴지통에 버리면 되는데 왜 숨겨두는지 모르겠습니다.

얘기하려고 하면 무조건 공격적이고 엄마 아빠 형 다 무시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한 것도 절대 안 했다고 딱 잡아뗍니다. 이 둘째 아들 때문에 부부싸움도 자주 하고. 남편은 모든 게 저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잔소리를 해서라고요. 제가 좀 성격이 깔끔하고 지저분한 건 못 보고 좀 그렇습니다. 저 때문에 아이가 강박증 이런 게 생긴 걸까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도와주세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광화문 숲 정신과 염태성입니다.

강박증이라는 병은 특정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이 생각으로 인해 불안이 커져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반복적인 행동이 동반되는 질환입니다. 예를 들어 외출 후 집에 문단속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집에 도둑이 들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반복되고 이로 인한 불안으로 귀가해서 문단속을 반복하는 확인 강박이 있습니다.

글로 설명해 주신 아드님의 예는 청결에 대한 강박적 생각과 이에 연관된 행동이 반복되는 문제로서, 비교적 흔한 강박증의 한 유형입니다. 청결 강박을 쉬운 말로 결벽증이라고도 부르는데요,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강박증이라는 병과 강박적 성향은 구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래 강박적 성향을 타고난 사람은 강박적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스스로 크게 불편해하지 않으며, 이런 경우는 굳이 치료는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박증이라는 병의 경우 대개 불안과 자괴감이 동반되므로 보통은 치료가 필요합니다.

 

강박증은 하나의 원인으로 생기는 병은 아닙니다.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적 요인이 모두 작용하는 복합적인 이유에 의해 생긴다고 현재까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글쓴이분의 잔소리 등 양육 방식에 의해 아이가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마음 쓰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다만, 종류를 불문하고 심한 스트레스는 각종 정신질환의 악화 요인이 되니 장기적으로는 아드님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강박증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 2가지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2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치료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둘 중 한 가지 방법만으로 호전이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아드님의 상태에서는 강박증뿐만이 아닌, 다른 질환과의 감별도 꼭 필요한 상태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보이는 문제 중 강박증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전형적이지 않은 증상들이 존재합니다. 방에서 휴대폰만 보고 사회생활을 거부하는 것이나, 태도가 공격적으로 바뀐 것, 스스로의 증상에 대해 부인하는 것들은 강박증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증상들입니다. 물론 사춘기가 겹쳐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지만 다른 정신질환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지금은 평가가 꼭 필요한 상태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아드님의 나이입니다. 소아 청소년기에 생기는 강박 증상은 다른 질환의 전구증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령 청소년기 우울증의 경우 초기 증상의 발현이 강박증으로 생기는 경우가 있고, 비슷한 이유로 우울증 외에도 조울증, 조현병 등 다른 질환과의 감별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상담기관이나 생활 교정 등의 노력을 해보시는 것도 좋지만, 더 우선순위는 믿을만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하여 현재 병리를 정확히 평가받아 보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아드님은 강박증이라는 병이 의심되는 상황이고 증상의 특징 등을 고려해볼 때 다른 질환과의 감별도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질환들은 보호자께서 양육 태도를 바꾸시는 것이나 상담으로 호전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현재 정확한 진단명과,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으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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