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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발표 전 불안을 극복하고 싶어요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8.12 02:40

[정신의학신문 : 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현재 대학생인 여자입니다. 요즘 제가 가진 고민은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많이 불안해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트림이 안 나오면 속이 되게 답답하고 메스껍고 토할 거 같고 더부룩하잖아요. 근데 한 강의실에 100명 정도의 학생이 있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트림이 안 나오는 거예요. 들어갔다 나오기도 힘든 좁은 데서 땀도 나고 가슴도 엄청 뛰고 미칠 거 같더라고요. 그 뒤로 학원 가서 물도 안 마시고 간식거리도 안 먹고 통로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희한하게 내가 아프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갈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항상 더 불안하고 공포스럽더라고요. 

차를 탈 때도 마찬가지예요. 중간에 내릴 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상황이 또 오면 어떡하지 싶어서 자꾸 의식하게 돼요. 원래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인데 의식하다 보니 더 안 나오더라고요. 심할 때는 발표할 때나 시험을 치기 전에도 그랬다는 거예요. 시험이나 발표 뭐 이런 상황에서 다들 조금씩은 불안을 느끼지만 저는 트라우마가 된 거 같아요. 

제가 예전에 심한 불면증도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었나 봐요. 새벽에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전날 하얗게 밤을 새운 적도 있어요. 갑자기 안 나간다 할 수도 없고 직원들 눈도 있고...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안해하고 걱정하다가 밤을 새웠죠. 

어느 정도 중요한 시험 전날 같은 경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이 잘 안 오는 경험을 겪어 봤을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날이나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제가 극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정연입니다. 

인생에는 중요한 날이 참 많습니다. 시험, 면접, 데이트, 발표 같이 일상 속에는 늘 중요한 날들이 있죠. 이런 날 내가 원하는 만큼의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것을 누구나 간절히 바라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중요한 날마다 일을 망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평소대로만 하면 전혀 문제가 없을 만한 수준의 일도, 꼭 당일 날 뭔가 문제가 생겨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최악의 결과를 남기게 되죠. 

 

질문자 분이 불안해하는 상황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트림이 나오는 것'이네요. 물론 이것 말고도 다른 다양한 상황을 두려워하실 것 같아요. 원래 뱀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도마뱀도 무서워하게 되고, 그 밖에 길쭉길쭉하고 기어 다니는 류의 동물들은 모두 무서워하니까요. 하지만 질문자 분이 불안해하는 다양한 상황의 핵심적인 요소 두 가지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하나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부끄러움을 비난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에요. 

만약 강의실에 100마리 정도의 강아지가 있다면 질문자 분은 그래도 트림을 조용히 하실 수는 있을 거예요. 또 만약 100% 남들이 알 수 없는 방법으로 트림을 할 수 있다면 100명의 사람 앞에서 조심히 트림을 하실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위 두 가지 요소를 종합하면 결국, '다른 사람이 내 단점을 발견해 비난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핵심인 것 같아요. 

 

이런 고민은 근원은 '너무 큰 내 단점'과 '냉혹한 타인의 평가'입니다. 

스스로가 자신의 단점들이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는 데다가, 다른 사람들이 그 단점에 대해 냉정하게 비판할 거라고 믿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 앞에서 작은 실수 한 번 한 번이 너무 부담스럽고, 결국 그런 상황이 오는 것 자체를 불안해하게 되는 거죠.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신당하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남들은 괜찮은 상황에서 자기 자신만 그런 두려움을 느낀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삶에 도움이 됩니다. 하다 못해 취업 면접 자체는 누구나 두려워 하지만, 내가 유독 더 두려워 얼어버리게 된다면 면접을 망치게 될 거고, 그러면 내 실력에 적합한 직장을 가질 수 없겠죠. 억울한 일이죠. 

하지만 일반적인 대학생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용기를 내기는 어려우시겠죠. 그래서 한 가지 실험을 제안해 볼게요.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을 거예요. 그 자리에 가기 전에 남들이 눈치챌 거라고 생각하는 단점 5가지를 적으시고, 오늘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장점을 5가지를 적으세요. 그리고 그건 혼자만 알고 계시는 거예요.

모임은 즐겁게 가지시고, 모임이 끝난 뒤에 한 명 한 명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세요. 혹시 이번 모임에서 질문자 분 별로인 점 없었냐고요. 그리고 괜찮은 점 없었냐고도 물어봐주세요. 그렇게 답변들을 모아서, 본인이 모임 전에 적으셨던 것과 비교해 보시면 정말 다를 거예요. 그 차이만큼이, 본인이 불필요하게 걱정하는 정도이며 스스로를 고통받게 하는 믿음의 크기예요. 

그리고 이 실험을 마치시면 아주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실 겁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은 별로 내게 관심이 없다.’라는 점이죠. 이걸 깨닫게 되면, 그 이후의 삶은 지금보다는 편해지실 거예요. 물론 ‘사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라 좋게 평가해 주는 거다’ 등등 이 결과를 부정하는 다른 이유들을 열심히 찾으시겠지만요. 

 

제가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경험한 일입니다. 어떤 학생이 갑자기 버스기사님에게 가서 뭐라고 얘기하더니, 버스가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를 했죠. 그리고 학생은 밖에 휴지를 들고나갔고, 버스기사님은 버스 안 승객들에게 커튼을 다 치라고 하셨죠. 몇 분 뒤 학생이 다시 들어왔고, 버스는 출발했어요. 

제가 신기했던 건 학생의 태도였어요. 버스 앞으로 나갈 때부터 들어올 때까지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없었어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해요. 생리현상을 내가 조절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내가 버스에서 실수를 할 것인지, 휴게소에 갈 때까지 참을 것인지, 버스를 멈추고 길에서 해결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으니, 그 선택을 한 거예요. 그리고 누가 생각해도 합리적인 선택을 한 거죠.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합리적이고, 여기 승객 모두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 학생은 부끄러울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사람의 믿음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해요.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믿음이 있고, 그 믿음을 바꿔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선택은 늘 인생의 주인공인 내 몫이죠. 질문자 분의 어떤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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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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