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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가족이 말을 도무지 못 알아들어요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8.07 09:50

[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제 남편 때문에 고민 상담을 드리고 싶어요.

제 남편의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가는 중이고 원래 성격이 화는 안 내고, 허술합니다. 그의 부모님 또한 싫은 소리는 단 하나도 안 하시는 분들입니다.

 

원래 젊을 때도 그랬어요. 예를 들어 약속 시간이 1시에서 12시로 바뀌면 그 순간만 12시로 알아듣고 뒤돌아서면 다시 1시로 기억하는 일들이 종종 있긴 했답니다. 그래도 그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어요. 

그런데 지금은 식구들끼리 얘기하는 중에 말의 흐름을 따라오질 못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할 때가 너무 많아요. 남편은 우리가 말을 너무 빠르게 해서 그런 거라고 하고, 우리의 말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너무 자주 있었어요. 그리고 요 며칠 전에는 샤워를 매일 하지 않아 뭐라고 했더니 이래저래 핑계를 대는데, 실제로 그런 것으로 믿고 있더라고요. 일부러 하는 핑계가 아니라요. 

또, 남편은 실제와 틀리게 자기가 기억하고픈 대로 기억하는 것 같고, '이거는 요런 식으로 해'라고 하면 한 며칠은 제가 말한 대로 하더니 다시 옛날 방식으로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얘기하면 이 말을 처음 듣는다는 듯이 ‘이렇게 하라고?’ 하고 반문해요. 이런 게 사실 이미 몇 번은 반복이 되고요. 같은 부분에서요.

 

생활하면서 이런 사소한 것들이 계속 부딪히고, 자꾸 반복적으로 말하게 되니깐 남편은 제가 자꾸 지적질만 한다고 합니다. 혹시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닌가 의심도 되고 도대체 무슨 과에서 어떤 것을 검사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알려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신재현입니다.

아내분 입장에서는 남편의 행동이 마치 의도한 것처럼 느껴져 너무 얄밉고, 또 속상한 느낌을 자주 받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글 전체에서 남편분이 자주 깜빡하고, 이야기의 맥락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이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얼마나 오래되었는지에 대한 단서가 없어, 저는 두 가지의 가능성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내분께서 기술하신 남편 분의 행동에서 정신과 의사로서 첫 번째로 의심이 되는 건 ‘성인형 ADHD(주의력 결핍 / 과잉행동 장애)’의 가능성입니다. ADHD의 대표적인 3대 증상은 과잉 행동, 주의력 결핍, 그리고 충동성입니다. 남편의 성장 과정과 학창 시절에 대한 정보가 없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대개 성인에서는 과잉 행동보다는 주의산만함이나, 부주의함 등이 주로 관찰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대개 ADHD 라면 교실에서 마구 뛰어다니고, 규칙을 지키지 못하고, 충동적인 아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기의 ADHD와 성인기의 ADHD는 그 모습이 조금 다릅니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면서 과잉 행동은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기에서 볼 수 있는 ADHD처럼 행동적으로 ‘티가 나는’ 요소들보다는, 대화의 맥락을 잘 쫓아가지 못하거나, 업무나 일상에서 사소한 정보를 헷갈려하거나, 다르게 기억하는 등의 모습으로 관찰이 됩니다. 말씀하신 남편분의 행동처럼 말이지요. 당사자 자신에게는 당연한 행동과 정보처리방식이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이나 직장 동료들은 답답해지고, 속이 터지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약간의 특이하고 산만한 ‘성격’으로 여겨지기에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어디까지나 주어진 정보 안에서 추측하는 것이지만, 남편분이 성장과정에서 꽤 오랫동안 ADHD의 증상이 유지되었고, 성인기에도 이러한 부분들이 일부 지속되었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받는 편이 좋습니다. ADHD의 경우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약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말씀하신 증상들에 꽤 효과적인 편입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말씀하신 알츠하이머 치매 등을 비롯한, 기질적으로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는 질환들의 경우입니다. ADHD와 달리 중년 이후에 시작되었고, 이전과 달리 일상적인 기능 수준에서 떨어지는 행동들이 점차 많이 나타난다면 알츠하이머 치매를 비롯한 뇌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이럴 경우 뇌 MRI를 비롯한 영상학적 검사와, 그 외 신체적 질환으로 인한 기질적 문제의 가능성에 대한 혈액학적 검사, 신경학적 검사를 함께 시행하여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는 신체적 질환의 원인과 그 경과에 따라 워낙에 다양합니다.

 

말씀하신 걱정되는 증상들이 일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신경과적 질환 및 ADHD의 가능성에 대해 평가를 받아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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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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