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가정폭력 때문에 자살시도도 하고 확인 강박, 불안, 불면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를 다닌 적이 있어요. 그때 의사분이 약 처방할 것은 없고 집만 나오면 된다고 하셔서 독립하고 그 뒤로부터 제 스스로 고쳐서 강박증은 90% 좋아졌어요.

그런데 스트레스 조금만 받으면 불안해서 잠을 며칠을 못 자고 무기력과 함께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들면서 기억력과 사고력이 저하되더라고요. 어제 뭐했는지 까먹을 때도 있고, 좋은 말이든 안 좋은 말이든 그런 말 들었던가? 하고 기억이 전혀 안나고요. 오늘 있었던 일만 기억납니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흐릿하게 납니다. 

현재 살아가는 데 기억력도 저하되는 걸 스스로 느낄 때마다 소름이 끼칩니다. 책도 읽으면서 저하되지 않길 바라는데 말이죠. 제가 말할 때 생각하면서 말을 해도 횡설수설한다고 해야 되나? 어버버 하게 되고, 말이 정리가 하나도 안 되면서 가끔 무슨 말하고 있는지도 까먹을 때가 있어요.

지금 제 나이가 24살인데 젊은 나이에 뇌가 저하되는 건 아닐 테고 치료받고 싶어요. 기억력과 사고력이 저하될 때마다 죽고 싶어요. 치료받고 살고 싶습니다. 어떤 치료를 해야 할까요? 기억력 좋아지려면 어떻게 하나요? 사고력 키우려면 어떻게 하나요? 기억력 저하되지 않게 하려면 어찌하나요? 도와주세요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질문하신 내용 잘 읽어보았습니다. 예전부터 강박증과 자살로 괴로움이 많으셨군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으며 많이 회복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억력, 집중력 사고력이 저하되는 것 같다고 하시니 걱정이 많이 되실 것 같습니다.

우선 24세의 나이라면 뇌 자체의 기질적인 문제-예를 들면 치매 등으로 기억력 사고력이 저하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물론 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 걱정이 되신다면 뇌 영상 검사나 인지기능검사를 받아보시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예전부터 있었다고 말씀하시는 마음의 병으로 발생하는 문제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불안장애 탓에 발생한 증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전히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불안해지고, 무기력감,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고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불안장애는 집중력 저하를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하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위험으로 들떠있다는 뜻입니다. 맹수를 마주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도망치거나 맞서 싸우거나 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 위태로운 상황에 있을 때처럼 몸과 마음이 들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맹수처럼 눈에 보이는 위험은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불안한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에 촉각을 곤두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모든 감각에 예민해지게 됩니다. 조금만 변화가 있어도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과대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을 향한 집중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 에너지의 대부분이 불안 상태를 유지하며 위험을 탐색하는 데에 사용되기 때문에 무언가에 집중할 여력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집중력이 저하되면 당연히 기억력과 사고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심한 불안 탓에 집중력이 저하된 사람들은 평소에 비해 쉽게 깜빡깜빡하게 되거나, 깊게 생각하지 못하게 되곤 합니다. 때때로 마치 '머리가 나빠진 것 같다' '뇌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라고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사실은 그보다 집중력이 저하된 탓이 더 큰데도 말입니다.

질문자님 또한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불안장애의 문제를 가지고 계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좋아졌다고 하시지만 강박장애는 불안장애와 동반될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말씀하고 계신 사고력, 기억력의 역시 불안장애 탓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 불안장애로 인한 집중력의 저하와 사고/기억력의 저하는 일시적입니다. 영구히 뇌에 손상이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이 호전되고 나면 다시 원래의 뇌 기능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님의 경우도 조금 생각하면 매일매일 24시간 모든 순간 기억력과 사고력이 떨어진 상태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불안의 상태가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불안이 심할 때에 집중력 저하가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불안 수준이 다소 낮을 때에는 집중력과 사고력, 기억력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을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경험해보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깜빡깜빡하거나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느낌에 대해 뇌에 큰 문제가 생긴 것처럼 여기고 걱정하는 것이 불안을 더욱 키울 수도 있습니다. 불안감이 더 커지면 결국 집중력 저하가 더욱 심해지고 증상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미리 걱정하시며 과도하게 불안해하시기보다는, 신경학적 검사를 마친 뒤 기질적인 이상이 없으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불안장애에 대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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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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