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사연) 

어릴 때부터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친구를 사귀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기는 했어도 큰 문제없이 살아왔습니다. 가끔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자각이 있기는 했지만, 나이를 먹어서 생각이 확고해지고 자신감이 붙으면 나아지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어린 시절보다 더 소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편의점처럼 점원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한 가게가 아니면 발도 들여놓기 힘들고, 점원에게 무언가를 문의해야 하는 등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속으로 몇 번이나 문장을 곱씹어봐야 합니다. 애초에 그런 상황이 생길만한 곳을 일부러 피하기도 합니다.

특별히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되뇌어도 어쩔 수 없이 긴장하게 되고, 또 그렇게 목소리도 떨리고 작아지면서 그런 제 소심한 모습을 누가 비웃을까 봐 걱정도 됩니다.

길을 그냥 걷고 있을 때도, 아무도 절 의식하지 않는다고 머리 한구석으로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괜히 남의 시선을 의식합니다. 신호등을 기다릴 때 옆에 서 있는 사람조차도 부담이 되고, 사람이 많은 길을 피해서 멀리 빙 돌아간 적도 있습니다. 특별히 트라우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여러 사람이 모여 있으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조차 이런데,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면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중심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타인 앞에서 자꾸 움츠러드는 제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책도 보고, 이 사이트를 비롯해 여러 심리 상담 글도 찾아봤는데 고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든가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부유하진 않아도 나름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제 환경에 문제가 없으니 제가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계기가 된 사건이 있다면 치료라도 받아볼 텐데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타고난 성격인 것 같아 자꾸 우울해집니다. 타고난 성격은 정말 고칠 수 없는 걸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신재현입니다. 

글 전체에 질문자님의 절박한 마음이 묻어나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많이 답답한 마음에 이 글을 올리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쭙잖은 위로일 수 있겠지만, 힘내시라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불편함을 전문적 용어로 ‘사회불안(social anxiety)’이라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 느끼는 불안함, 회의에서 나에게 시선이 집중될 때 느껴지는 긴장 등이 사회불안에 속합니다.

사회불안의 원인은 한 마디로 ‘복합적’입니다. 타고난 기질의 바탕 위에, 성장과정의 경험들이 덧씌워지면서 현재의 불안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큰 정서적 트라우마로 인해 갑자기 생기기도 하지만, 작은 경험들이 쌓여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점차 사회불안이 자신의 삶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질문자님의 경우는 후자 쪽인 듯하고요. 그러니 사회불안을 극복해나가는 데 있어 명확한 원인의 여부가 결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사회불안을 느낀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았으면 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는 걸까?’ 하고요. 대개 사회불안을 가진 이들의 생각의 기저에는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있습니다. 습관적으로 타인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혹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부여를 하지요.

문제는 이러한 패턴들이 ‘무의식적인 습관’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몸과 마음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마주침과 동시에 과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식은땀이 나고, 불안해지고, 온몸이 경직되고, 결국 그 자리를 서둘러 회피하려 하지요.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결국 타인과의 만남은 더욱 큰 두려움으로 남게 됩니다. 악순환입니다. 

 

사회불안과 같은 오랫동안 익숙해진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의 자동적 습관을 알아차리는 연습입니다. 타인의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생기는 불안, 걱정, 이로 인한 회피 과정에서 우리는 그 순간의 알아차림을 통해 ‘브레이크’를 걸 수 있게 됩니다. 잠시 멈추어 생각할 수 있다면, 내가 과도하게 타인의 시선에 의미부여를 한 것은 아닌지, 회피를 반복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이전과 같은 습관적 행동이 아닌, 좀 더 새롭고 건강한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알아차리고, 새로운 선택을 해나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면서 내적으로 작동하고 있던 불안과 두려움을 좀 더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테고요. 

 

처음에는 습관이 ‘발동’하는 순간에 알아차림이 어려울 테지요. 그러니 마치 바둑을 한판 두고 난 후 복기하듯, 직전에 느꼈던 사회불안에 대해 기록하고 이를 고민하는 과정들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매일 하루에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에 대한 감정일기를 써보는 것도 추천할만한 방법입니다. 기록은 전두엽을 자극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행동이기에, 이성과 감정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두’처럼, 이제부터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의 연결고리를 치열하게 고민하셔야 합니다. 오랫동안 쌓인 습관에서 조금씩 여유 공간이 생겨날 겁니다. 

 

과도한 불안이 있거나, 이러한 상황들로 인한 우울감이 나타난다면 우울증 등의 다른 정신과적 진단에 대해서 전문적 평가와 필요한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방법 또한 한두 번의 노력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 함께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보시는 것도 권유드립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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