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친구 때문에 고민입니다. 

저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있습니다. 항상 즐겁고 잘 지내던 친구가 다른 지방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전화를 하면 친구들이 왕따를 시켜서 우울하고 죽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침 저도 은따를 당하던 터라 공감해주고 내가 이렇게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하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성인이 되었지만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터라 일상 얘기는 점차 줄어들고 힘든 얘기도 서로 자제하는 편이었고 서로에게 다른 친구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친구가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몸 곳곳에 자해 흉터가 있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연인과의 문제, 또 친하던 친구와 다툼, 예전부터 갖고 있던 우울증, 공황장애가 심해져 너무 힘들었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저도 외국에서 잠깐 혼자 지냈던 적이 떠올라 많이 외롭고 힘들겠구나 싶었고, 더욱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생각하기엔 친구가 바로 어제 인스타그램에 자해와 흉터 사진을 올렸고 이전에 만났을 때도 매장에서 당당하게 자해한 손목 쪽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심하게 우울하고 충동적인 동시에, 관심과 그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정신병원을 내원하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친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궁금합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 푸른 정신과 대표원장 신재현입니다. 

친구분을 걱정하는 질문자님의 마음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면서도, 친구분이 안고 있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니 참 안타깝습니다. 우중충한 장마철 날씨만큼이나, 최근 마음이 내내 가라앉아 있을 질문자님의 마음이 염려되기도 합니다.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주변에 우울증을 앓는 친구나 가족이 있을 때, 우리는 당연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리고 내가 겪어본 아픔을 겪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고요. 아마 질문자님께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도 오랜 친구사이기도 하지만, 친구가 내가 경험했던 상처와 비슷한 결의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타인의 아픔에 끌리고, 공감하는 행위는 인간의 본능이기도 합니다. 

 

먼저, 저는 질문자님께서 친구의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고민하고, 염려하는 이런 행동 자체가 친구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친구는 질문자님이 자신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느끼려는 행동 자체에 이미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을 겁니다.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에도 연락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는 건, 그 친구가 질문자님에게 감정적으로 의지를 하고 있다는 말일 테고요. 

즉, 공감 자체가 친구에게 큰 힘이 됩니다. 관심을 기울이고, 친구의 마음에 맞장구를 쳐주고, 고민에 함께 아파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친구가 빠져들고 있는 우울이란 늪에서, 더 깊이 빠지지 않게, 그리고 더 나아가 딛고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발판이 될 겁니다.

결국, 힘들어할 때 어떤 구체적인 조언을 주거나 행동을 취하기보다, <내가 옆에 있으니 언제든 힘들 때는 손을 내밀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자체가 그 친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입니다.

힘들어하는 순간이 올 때, 질문자님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충분한 공감과 위로, 또 질문자님께서 힘들었지만, 결국 흘려보낼 수 있었던 고통의 경험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은 ‘힘내라, 힘들겠다’는 식의 상투적인 표현이 아닌 진심이 담긴 이야기여야 할 테고요. 

 

치료를 계속 받도록 격려하는 것 또한 당연히 필요합니다. 또, 친구에게 털어놓는 것만큼 병원에서의 상담 시간에도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드러내고 도움을 받는 것도요. 대개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자포자기하거나, 회피하려는 마음 때문에 안정적인 치료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실, 공감의 태도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가 않아요. 오히려 공감이 과해져 필요 이상의 감정이입이 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도 있습니다. 너무 마음이 흔들리거나, 혹은 항상 옆에 있어 주어야 한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 모두 여기 해당됩니다. 나 자신의 균형을 잃는다면 도와주려는 친구분 또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우울과의 싸움은 지루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언제든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이가 옆에 있다는 것은 지루한 시간을 견디는 데 있어 굉장한 힘이 될 겁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정신의학신문 마인드허브에서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20만원 상당의 검사와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푸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나를 살피는 기술>, <어른의 태도>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을 만나고나서 분노를 좀더 잘 다루게 된 것 같아요"
    "신재현 선생님의 따뜻한 조언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지방이라 멀어서 못 가지만 여건이 되면 찾아가고픈 제 마음속의 주치의입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