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명절이 다가오면 긴 연휴가 반갑고 가족을 만나는 것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가족을 만나야 하는 것이 힘들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 자주 보시나요?

A. 저야 가족의 문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으신 분들이 자주 오시니까요. 아무래도 가족을 대하시는 것이 어려운 분들을 자주 뵙지요. 

 

Q.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것들을 말씀해 주신다면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을까요?

A. 처음 생각나는 건 가족에 대한 조심성이 적은 분들입니다. 자녀들이나 조카에게 말을 안 거르고 함부로 하시는 분들인데요. 이런 분들이 사회생활은 잘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유독 가족에게는 직설적인 말을 해서 상처를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의도적인 분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변명은 모두 비슷합니다. 

'내가 가족에게까지 조심해야 하나?'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가족은 조심하지 않는 거지요. 남들은 조심하지만 가족은 조심하지 않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진_픽셀


Q. 그런데 조심한다는 것이 뭘까요?

A. 제가 이렇게 말씀하시면 많이 당황하세요. 아이가 잘못한 것이 있는데 그것도 혼내면 안 되냐고 하시죠. 그건 오해입니다. 혼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혼을 내더라도 아이가 자존심 상하고 공격당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때로는 아이의 권리를 일시적으로 박탈하거나 감정을 자극해야 할 때도 있어요. 이것도 어쩔 수 없을 때에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아이가 성장해서 성인이 되면 성인으로서 받아야 하는 권리를 인정해 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Q.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조심하는 거네요.

A. 맞아요. 그리고 자존심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겁니다. 자녀가 자랐습니다. 그런데 결혼하지 않아서 걱정이 됩니다. 그러면 잔소리를 하고 뭐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요? 

 

Q. 어떤 경우에는 부모가 그렇게 잔소리를 해서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A. 이게 중요한 착오입니다. 잔소리를 해서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 잔소리를 하는 부모의 말을 들어주려고 자식이 노력했기 때문에 즉 부모를 사랑하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결혼을 한 것입니다.

 

Q. 그럼 잔소리가 아니라도 부모가 정말 걱정한다, 네가 결혼하길 바란다, 라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A.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는 것만 인정하려고 합니다. 자녀를 계속 혼내고 나무라면서 양육했던 분들은 그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자녀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다릅니다.

자녀는 이제 커가고 사회에서는 당당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여전히 어린아이 취급하거나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공격한다면 더 이상 부모님을 대하는 것이 즐겁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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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명절은 오래간만에 부모님을 만나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때니까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 도 있겠네요.

A. 맞아요. 레이 달리오가 쓴 '원칙'이라는 책을 보면 잘 되는 조직의 특성 중 우리가 가족에 적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나에 대한 비난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는 겁니다. 둘째는 비난을 하는 쪽에서는 사실만 갖고 이야기를 해야 하지 상대를 평가하거나 비난하려고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전 둘째 원칙이 확실히 지켜져야 첫째 원칙이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Q. 서로 모이면 불편하고 힘든 가족은 반대겠네요. 상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이게 비난이나 평가로 들리면 대단히 힘들 것 같아요. 저도 아이들을 훈육할 때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A. 맞아요. 저 아이도 나를 평가하고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상처를 주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족은 소중하니까요.

이번 명절에는 명절 스트레스 없이 모두가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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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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