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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자해, 몸의 상처가 아닌 마음의 상처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3.05 09:28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처럼 청소년 자해가 번지고 있습니다. SNS에 자해 사진을 올리고 그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청소년도 많습니다. 정말 걱정스러운 일인데요,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왜 자기 몸에 상처를 입히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하게 되는 걸까요?

A. 청소년은 자발적으로 병원에 오지 않죠. 자해를 한 청소년을 발견한 부모에 의해 병원에 오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럴 때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하면 대개 시큰둥하게 "몰라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죽으려고 했니?" 하고 물으면 "그러면 제가 여기 있겠어요?"라고 하죠.

 

Q. 안 봐도 어떤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을지 알 것 같아요.

A. 이런 자해를 비자살성 자해라고 합니다. 자살을 위해서 한 건 아니지만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한다는 건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사진_픽셀


Q. 그런데 정말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를까요?

A. 제가 청소년을 보다 보면 그 "몰라요."가 정답입니다. 실제로 자신도 잘 모르고 그 순간의 감정을 따라 하게 됩니다.

청소년기는 뇌를 포함한 신체의 모든 부분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제2의 탄생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죠. 이중에서도 뇌의 변화를 보면 감정을 일으키는 호르몬의 수치가 많게는 아동기에 비해 200배 이상 증가합니다.

이에 비해서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전두엽의 발달은 느립니다. 즉, 감정과 행동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강해지지만 이를 제어하는 능력이 떨어지죠. 그래서 자신이 무언가를 느끼고 움직이게 되긴 하지만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습니다.

 

Q. 어떤 감정이 생길 때 자해를 하는 걸까요?

A. 몇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부정적인 감정, 특히 죄책감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자해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춘기에는 성적인 욕구도 강해지고 부모에 대한 반항심도 강해집니다.

그리고 또래의 압력에 의해서 이전에는 할 수 없던 비행을 하기도 합니다. 비록 이 시기가 상대적으로 도덕심이 약해지는 시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도덕심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생기지요.

또 부모가 고생하는데 자신이 그에 맞게 뭔가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즉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도 죄책감이 생깁니다. 자해는 이런 죄책감을 해결해주는 좋은 도구로 이용되죠.

 

Q. 마치 혼날 걸 미리 처리해서 도망치는 것과 같은 이치네요.

A. 맞습니다. 또 다른 경우도 어릴 때부터 외상을 많이 겪은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자극을 찾기 위한 행동으로 하는 청소년 자해가 있습니다.

 

Q. 많은 외상이요?

A.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정신적인 외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 폭력, 성적 학대, 방임 등 많은 이유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상처를 받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상처 받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매우 둔해집니다. 만성적인 해리 상태에 빠져드는 것이지요. 쉽게 말하자면 다중 인격처럼 자신이 분리되는 현상입니다.

너무 극심한 고통에 사로잡힐 때 우리 뇌는 일시적으로 과량의 도파민을 분비해서 일시적으로 멍하게 만듭니다. 그래야 고통에 압도당하지 않고 견딜 수 있거든요.

문제는 심한 고통이 높은 빈도로 발생하게 되면 뇌가 지속적으로 멍한 상태에 있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외상 후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이 인생이 너무 지루하고 사는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지요.

 

Q. 그럼 결국 더 강한 자극을 찾겠네요.

A. 맞아요. 뭘 해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니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는 겁니다. 아무런 재미도 느낌도 없이 사는데 이런 분들이 아주 강렬한 행위를 할 때에만 감정을 느끼고 살아있다고 느끼는 겁니다.

자해는 이런 분들에게 내가 살아있구나, 내가 아직 감정은 느끼는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런 분들은 명확하게 압니다. 자해를 할 때 시원한 느낌,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고 하죠.

 

Q. 나름대로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네요. 또 다른 이유도 있을까요?

A. 마지막으로 관심을 끄는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적절한 의사소통의 통로가 막혀 있는 경우의 사람들에게 해당됩니다. 뭔가 강하게 이야기해야만 상대가 나의 말을 들어주는 경우, 아니면 상대에게 먹히는 의사소통의 방법은 자해하는 경우만 있는 그런 분들이 자해를 하게 됩니다.
 

사진_픽사베이


Q.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모두 같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의미들이 들어있네요. 그러니까 모두 다 다른 이유로 자해를 할 수 있겠네요.

A.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청소년기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래서 자신도 왜 그런지 잘 모르지요.

하지만 어떤 이유건 자해가 일시적으로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건 학습이 되거든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행동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또 중독이 되기도 합니다. 나중에 원인이 사라져도 고통을 피하는데 좋은 방법으로 습관된 자해는 잘 포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형태를 바꿔서 나타나게 되죠. 그래서 청소년이 자해 행동을 할 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아까 말씀하신 근본적인 원인들 죄책감, 만성적 외상, 의사소통의 장애를 줄이려고 노력해야겠네요.

A. 맞아요. 원인은 대개 어른들이 만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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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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