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툼으로 상처 받고 고통받습니다. 가정폭력,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등등 대부분의 폭력 사건이 지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피해도 엄청난데요. 이런 싸움이 생기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싸움을 어떻게 보시나요?

A. 저의 진료실에도 싸움으로 인해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대부분 어떻게 하면 안 싸울지에 대해서 물어보세요. 저는 조금 다르게 접근합니다. 싸움을 피하는 것보다는 적절하게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Q. 적절하게 싸우라고요?

A. 네, 사실 부부 치료를 하다 보면 부부 싸움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Q. 그런데 부부 치료를 받으러 오시나요?

A. 바로 그것 때문에 오시는 것이죠, 부부가 싸우지 않는다는 건 문제입니다. 부부는 필연적으로 싸우게 되어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한정된 자원을 갖고 지내게 된다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고 갈등을 풀어가려면 서로 의견을 표현해야 됩니다. 이때 내 가치관이나 생활방식과 다른 상대의 의견을 듣게 되면 당연히 다툼이 일어나게 되죠. 이런 다툼 즉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건 한 가지 경우밖에 없습니다.

Q. 무조건 피하거나 상대에게 맞춰주고 양보하는 경우겠네요.

A. 맞습니다. 그럼 나중에 한쪽이 반드시 문제가 되고 결국 치료를 위해 방문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죠. 참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Q. 그렇다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싸울 수는 없는 거잖아요?

A. 맞습니다. 그래서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 기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사람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Q. 말로 표현하는 게 가장 크겠죠?

A. 그런데 대화에서 말이 전달하는 게 몇 %인지 아십니까? 놀라시겠지만 말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미만입니다.

사실은 말을 하기 전에 행동과 표현으로 이미 상대에게 내 생각과 감정이 전달됩니다. 문제는 자신의 행동과 표정, 말투 등이 상대가 볼 때 어떻다는 것을 자신은 잘 모른다는 겁니다. 

 

Q. 그러니까 사실 우리가 상대의 마음이나 의도를 파악하는데 말보다 다른 부분의 것들을 더 많이 보는데 이것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거네요.

A. 맞아요. 비언어적 의사 전달에서 많은 오해가 생기는데 문제는 비언어적 의사 전달의 비중이 더 높다는 겁니다.

그래서 감정이 섞인 의사 전달을 할 때일수록 보다 명확하게 자신의 의도를 다소 복잡하더라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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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러니까 난 상대에게 내 의견을 표현했다고 하지만 상대는 전혀 다르게 오해할 수 있다는 거네요. 특히 싸울 때요.

A. 그래서 싸움을 할 때 의사 표현을 명확하게 서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싸움을 의사 전달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를 이기고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 상대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만 존재합니다. 즉 상대가 내 말이나 행동을 어떻게 듣고 어떻게 느끼는지 중요하지 않은 상태가 되죠.

만약 상대가 말을 들으면 내가 소리 지르고 화를 내고 싸움을 잘해서 그렇다고 착각을 하고, 다음에도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전달할 때는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Q.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A. 그렇죠.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상대가 내가 동의하지 않거나 이해하기 힘든 것을 요구할 때 그걸 들어주는 이유가 뭘까요? 대개 상대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거나 싸우기 싫어서, 혹은 상대가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미리 포기하는 겁니다.

Q. 어떤 경우도 상대가 잘 싸워서 혹은 질 것 같아서는 없네요.

A. 그게 핵심입니다.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내가 이런 것이 싫고, 이런 것을 좋아하고,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이것을 직접 말을 하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소리 지르고 싸움을 해서 상대가 듣는다고 생각하면 계속 소리 지르고 싸우게 되죠. 계속해서 일방적인 상황이 지속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의견을 제대로 전달해야겠다고 생각되면 힘들여서 싸워야 합니다. 즉,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고 왜 이런 것이 싫은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여기에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상대와 타협해서 상대의 동의를 얻으려고 하는 마음입니다. 강제로 한 행동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협의하고 상의해서 동의가 얻어져야 싸움이 줄어들고 갈등이 없어집니다. 이게 진정한 싸움의 기술이죠.

 

Q. 삼국지의 맹획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A. 맞아요. 공명은 맹획과 계속 싸우면서 명확한 의견을 전달했죠. "네가 내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 난 너를 공격할 의도가 없다." 그래서 남만은 촉을 공격하지 않게 됩니다.

전달하려고 하는 것을 명확하게 행동으로 전달한 경우 상대가 결국 승복하고 받아들인 훌륭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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