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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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실에서 한 환자분께서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원장님, 제 기분은 롤러코스터 같아요. 어떤 날은 하늘을 나는 듯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넘쳐서 잠도 안 자고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다 갑자기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듯 우울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져요.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이처럼 극단적으로 기분이 변하는 경험은 단순히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을 넘어, 양극성장애(Bipolar Disorder), 흔히 조울증이라고 불리는 질환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조울증은 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들뜨는 조증(또는 경조증) 삽화와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 삽화가 번갈아 나타나는 만성적인 뇌 질환입니다. 이렇듯 예측 불가능한 기분 변화의 원인과 증상, 그리고 효과적인 대처 방법에 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울증 환자의 기분 변화는 일반적인 감정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그 변화의 폭이 크고, 증상의 강도가 심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조증(Manic Episode) 상태일 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과도한 기분 고양 및 자신감: 이유 없이 기분이 좋거나, 자신이 위대해진 것처럼 느껴지고, 자신감이 넘쳐납니다.

-수면 욕구 감소: 잠을 거의 자지 않아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말이 많아지고 사고 비약: 말이 빠르고 많아지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빠르게 전환됩니다.

-충동적이고 무분별한 행동: 과소비, 무분별한 투자, 과속 운전, 지나친 성적 행동 등 위험하고 후회할 만한 행동을 쉽게 저지릅니다.

-주의 산만 및 과활동: 작은 자극에도 쉽게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목적 없이 에너지가 넘쳐 과도한 활동을 합니다.

우울증(Depressive Episode) 상태일 때는 일반적인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입니다.

-지속적인 슬픔 및 흥미 상실: 이유 없이 슬픔이 지속되거나, 이전에 즐거웠던 일에도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에너지 저하 및 피로감: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하고 만사가 귀찮아집니다.

-수면 및 식욕 변화: 불면증이나 과다 수면, 식욕 감소 또는 증가로 인한 체중 변화가 나타납니다.

-집중력 저하 및 죄책감: 집중하기 어렵고 우유부단해지며, 자신을 쓸모없다고 여기거나 과도한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 심한 경우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조증과 우울증 삽화는 수일, 수주, 혹은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으며, 기분 변화의 양상에 따라 양극성 1형 장애(주로 조증 삽화 동반)와 양극성 2형 장애(주로 경조증 삽화 동반) 등으로 분류됩니다.

 

 조울증의 정확한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물학적 요인: 뇌의 신경전달물질(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불균형이 기분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뇌의 구조나 기능적인 이상도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유전적 요인: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유전적인 취약성을 가진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될 때 발병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환경적 요인: 극심한 스트레스, 외상 경험, 수면 패턴의 급격한 변화, 약물 남용 등도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조울증,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조울증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조절하고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방치할 경우 증상이 악화되거나 재발이 잦아져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진단받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 약물 치료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치료법입니다. 기분 안정제(리튬, 발프로에이트, 카바마제핀 등),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 필요에 따라 항우울제 등이 사용됩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조절하여 기분 변화의 폭을 줄이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증상이 호전되어도 재발 방지를 위해 장기간 약물 유지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2. 심리 치료 (정신 교육 및 인지행동치료) 

약물 치료와 병행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정신 교육: 환자와 가족에게 조울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질환을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돕습니다. 증상 재발의 전조 증상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교육합니다.

-인지행동치료: 기분 변화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가족 치료: 가족들이 질환을 이해하고 환자를 지지하는 방법을 배우며, 가족 내 스트레스 요인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3. 생활 습관 관리

-규칙적인 수면: 수면 패턴의 불균형은 조증 삽화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생활 리듬: 일상생활의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기분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 관리: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운동, 명상 등)을 찾아 꾸준히 실천합니다.

-음주 및 약물 남용 자제: 알코올이나 불법 약물은 기분 변화를 악화시키고 약물 치료 효과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환자분은 꾸준한 약물 치료와 주기적인 상담을 통해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태입니다. 여전히 작은 기복은 있지만, 과거처럼 극단적인 변화로 인해 일상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기분 변화가 있으시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전형진 원장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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