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김영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 이야기 해볼 주제는 우울증에는 어떤 운동이 좋을까? 입니다. 오늘도 여러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우울증에는 어떤 운동이 좋을까요?
운동은 우울증에서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상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여러 국가의 임상진료지침에서 신체활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울증에는 어떤 운동이 좋을까요?
연구 결과, 걷기, 조깅, 근력운동, 요가, 춤이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었습니다. 특히 근력운동은 여성에서, 요가는 남성에서 효과적이었다고 하네요. 또 요가는 고령층, 근력 운동은 젊은 층에서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운동 강도는 강할수록 효과가 좋았습니다. 걷기, 요가 같은 가벼운 운동도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었지만, 달리기나 인터벌 트레이닝 같이 강도가 더 높은 운동은 더 강한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내용과 살짝 헷갈리실 수도 있지만, 예방과 회복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울증 예방 효과는 약한 신체활동이라도 시작할 때 가장 컸다면, 우울증의 회복을 위해서는 높은 강도의 운동이 더욱 도움이 되는 거죠.
다소 의외였던 부분은 운동의 자율성은 효과와 역상관 관계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너무 높은 자율성보다는 명확한 지침을 전달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개인이 자율적으로 하는 운동보다 감독이 있는 운동, 단체 운동이 더 좋은 효과를 낸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당연히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가능하다면 각 개인의 특성에 맞는 운동을 골라서, 강도는 중등도 이상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확실한 세팅을 갖춰서 하시면 더욱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럼 선생님은 어떤 운동을 추천하세요?
이렇게 여러가지 효과적인 운동들이 나왔네요. 이 중에서 비용이나 환경적인 제약 등을 고려했을 때 걷기나 달리기가 가장 무난하고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울증 환자군에서 16주 동안 달리기와 약물치료의 효과를 비교해본 연구가 있습니다. 약물치료그룹은 escitalopram이란 대표적인 항우울제로 표준화된 치료를 진행했고, 달리기, 그러니까 운동치료 그룹은 야외 달리기를 주 2회 이상, 한 회당 45분 씩 진행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약물치료와 운동치료 그룹 사이의 효과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약물치료 그룹에서 운동치료 그룹보다 불안 증상이 더 빨리 줄어들었지만, 연구가 마무리되는 16주 시점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운동치료 그룹에서는 체중, 허리둘레, 혈압 등 신체 건강지표도 개선이 되었죠. 연구에 등록한 환자들이 아주 심한 우울증 환자들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중등도 환자군을 대상으로 좋은 효과를 보였다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운동치료가 무조건 우수하다는 건 아닙니다. 약물치료 그룹의 82%가 16주를 끝까지 마친 것에 비해, 운동치료 그룹 중 정해진 주 2회 운동을 끝까지 마친 사람들은 52%에 불과했습니다. 처음에 약물치료보다 운동치료를 선호한 사람이 더 많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고, 이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줍니다. 게다가 의욕저하, 에너지 감소가 우울증의 대표 증상인 걸 고려한다면, 운동 치료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지 알 수 있죠.
결론적으로 약물치료와 달리기의 병행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약물치료로 우울감, 의욕저하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보다 나아진 컨디션에서 운동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치료가 될 것입니다. 실제 운동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달리기는 우울증 환자에게 여러가지 효과를 가져옵니다.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염증을 줄이며, 반추를 줄이고 정서적인 균형을 잡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효과를 보기위해 중요한 건, 남들보다 무조건 빨리 뛰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을 찾아서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울증은 한번의 약물 복용으로, 한번의 운동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들이 1주일, 1달 씩 쌓여간다면, 그 변화는 확실히 느껴질 것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해보세요. 남들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나만의 페이스로 달려보세요. 그 작은 걸음들이 결국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삼성공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강남점 ㅣ 김영돈 원장
노인정신건강의학 우수 인증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삼성서울병원 인턴, 전공의, 전임의 수료
전) 송파미소병원 진료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