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변에 유난히 남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나요? 타인이 자신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불신하며,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한 제안에도 어떤 꿍꿍이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지 라는 의심을 가지며 날 선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보신 적 있나요?
보통 이러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을 편집성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의 동기를 안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남이 호의를 베풀어도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정서적으로도 딱딱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이며 타협하는 모습을 보일 줄 모릅니다. 주변인을 무시하기에 다툼이 잦고 작은 일에 화를 내며, 스스로가 피해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면 법적인 소송까지 제시하며 남들보다 문제를 크게 만들기도 합니다. 아울러 이들은 권력과 순위에 관심이 많고 이에 집착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리적 원인으로는 초기 아동기에 애정 결핍 혹은 학대 경험을 받아 타인에 대한 불신을 형성하게 되거나 너무 엄격한 훈육 과정을 통해 아이에게 어려움을 준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성장과정에서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적절한 관계 형성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성격장애로 발달될 수 있습니다. 분노를 억압하지 못하고 타인의 잘못으로 탓하는 투사(Projection)와 합리화(Rationalization)를 주 방어기제로 사용합니다. 자신이 부적절하고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기에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타인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 편집증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습니다. 인간은 본래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기에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 어려워 이것이 잘 충족되지 않으면 외로움, 우울, 불안, 분노와 같은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외로움은 편집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장애를 보유하고 있는 환자에게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는 문제로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되면서 겪는 감정이 스스로에 대해 가지는 자기개념을 부정적으로 변화시켜, 편집증으로 발달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게다가 외로움을 경험하게 되면, 과경계 상태가 되어 세상을 위협적으로 지각하고 부정적 상호작용을 예상하며, 부정적인 사회적 단서를 더 많이 기억하게 되면서 편집증의 증상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스스로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당연히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하고, 주변에 치료 권유를 하는 사람에게 화를 냅니다. 반복되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거나 동반되는 우울감, 분노조절의 어려움, 피해사고에 따른 불안함을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주된 목표가 됩니다.
정신치료가 가장 근본적으로 사용되고, 약물치료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통 치료 과정에서 망상적 사고에 대해서는 공감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환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공감해줍니다. 직접적인 해석보다는 장기적인 관계 형성과 존중의 태도가 필요하며, 특히 주변 사람들에게 더는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치료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전형진 원장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