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장애는 ‘죽을 것 같은 공포’로 표현되는 극단적인 불안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입니다.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숨이 막히며, 손끝이 저리고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은 감각이 몰려옵니다. 응급실을 찾지만 심전도나 혈액검사 결과는 정상입니다. 그러나 환자는 분명 몸이 이상하다고 호소합니다. 이는 뇌의 불안 조절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결과입니다.
공황발작은 뇌의 경보 시스템이 오작동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생존 본능은 위협을 감지하면 즉시 싸움-도피 반응을 유발하는데, 이때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 편도체(amygdala)입니다. 공황장애 환자에서는 이 편도체가 실제 위협이 없는데도 경보를 울리며, 교감신경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됩니다. 그 결과 심박수 상승, 호흡 과호흡, 근육 긴장, 혈압 상승이 일어나며, 뇌는 ‘지금 위험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위협이 없기에 이 불일치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극단적 공포로 이어집니다.
이런 발작은 보통 5~10분 내에 정점에 이르고, 이후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반복되면, 환자는 언제 또 발작이 올지 모른다는 예기불안에 시달리며 점차 외출이나 운전, 대중교통 이용을 회피하게 됩니다. 실제로 공황장애는 치료받지 않으면 회피성 성격 변화, 우울증, 알코올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황발작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감정이 생리적 현상일 뿐이라는 인식을 되찾는 것입니다. 실제로 공황은 3분 안에 증상의 강도가 최고조에 이르고 이후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대처 훈련이 있습니다.
첫째, 복식호흡 훈련입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기보다는, 코로 4초 동안 천천히 들이마시고, 입으로 6초에 걸쳐 내쉽니다. 숨이 가쁘면 뇌는 ‘산소 부족’을 잘못 감지해 공포를 강화하기 때문에, 호흡을 늦추는 것만으로도 교감신경의 과활성화를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둘째, 현실 접지(grounding)입니다. 공황은 곧 죽을것만 같은 비현실감에서 시작되므로, 감각을 현재로 돌려야 합니다. 주변의 물건을 하나씩 손으로 만지며 질감과 온도를 느끼거나, 바닥에 발을 붙이고 체중을 느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셋째, 예측 불안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사고 전환입니다. 또 올 지도 모른다는는 생각이 공황을 강화하므로, 이미 경험했으며 곧 지나갈 것이라고 스스로에게게 말해보세요. 실제로 공황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습니다. 몸은 스스로 균형을 되찾습니다.
물론 이러한 훈련만으로 공황장애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CBT)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약물치료는 과활성된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SSRI 계열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농도를 조절해 불안 회로의 과민 반응을 완화시키며, 초기에는 항불안제가 함께 사용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호전된 뒤에도 일정 기간 약을 유지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사고의 왜곡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공황발작을 신체의 일시적 반응으로 재해석하도록 훈련합니다. 예를 들어 심장이 빠르게 뛸 때 공황이 시작됐다고 해석하면 불안이 커지지만, 운동했을 때처럼 심박이 오른 것이라고 인식하면 공포의 강도가 떨어집니다. 또, 점진적 노출기법을 통해 환자가 회피하던 장소나 상황을 조금씩 경험하게 함으로써 뇌가 위험이 아니라고 다시 학습하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치료 과정을 통해 공황장애는 충분히 회복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꾸준한 약물·인지치료를 병행한 환자의 80% 이상이 1년 이내에 증상이 현저히 개선됩니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안 나아질 것 같다는 절망감이야말로 공황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전형진 원장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