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박진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B씨는 자신이 공황장애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주변에 공황장애로 진단을 받았다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보니 자신과 증상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있고 특히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더 심해지곤 했다. 익숙한 연예인들이 진단받았다는 소식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왠지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위 사례는 실제 환자/보호자의 사례가 아닌 가상의 예시입니다)

일러스트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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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노출 효과’란 것이 있습니다. ‘에펠탑 효과’라고도 불리는데 당시에 흉물로 여겨지던 에펠탑이었지만 지속적으로 노출 되면서 파리인의 사랑을 받게 되고 현재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된 심리 효과를 말합니다. 최근 공황장애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여러 유명인들이 미디어에 나와 자신의 공황장애를 고백하면서 대중들은 이 질환에 친숙해졌습니다. 많은 사례를 보고 용기를 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한 후 늦지 않게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져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있습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료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4만명 정도였던 공황장애 환자가 2023년에는 25만명으로 6년 만에 70%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불안감이나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전부 공황장애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나 이로 인한 부작용을 주의해야 합니다. 실제 우울장애는 대부분 불안을 동반하며 특정 인격장애나 신체증상장애도 흔하게 불안감이나 가슴 두근거림을 동반합니다. 또한 불안감을 주 증상으로 하는 ‘불안 장애’에는 수많은 질환이 있으며 공황장애는 그것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보아도 공황장애는 불안감의 주된 원인이 아닙니다. 2016년 국립정신건강센터의 발표를 보면 한국인의 평생 불안장애 유병률(살면서 한 번 이상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은 9.3%입니다다. 이중에는 특정 공포증이 6.3%, 범불안장애가 1.7%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1.5%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공황장애는 0.4%로 각각 0.6%, 0.3%의 사회공포증과 광장공포증 수준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습니다.(여러 불안장애가 공존되는 경우로 인해 총 합계가 9.3%를 넘습니다.) 2023년에 폭발적으로 환자가 증가했다고 해도 여전히 전체 불안장애 중 10%정도의 적은 비율이며 다른 질환에서 겪는 불안감을 공황장애로 착각하는 경우 까지 생각해 보면 이는 더 낮아집니다.

 정확한 치료의 시작은 정확한 진단입니다. 어떤 질환이냐에 따라 약제의 종류와 용량이 달라지고 예후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불안장애는 종류에 따라 인지행동치료, 노출치료, 호흡교육, 착지요법, EMDR(안구 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요법) 등 적용하는 상담요법도 달라집니다. 우울증에 동반된 불안이라면 우울증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인격장애의 경우 정신분석적 접근이, 신체 증상 장애일 경우에는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꾸준한 정기 검사 등이 중요합니다.

 환자가 스스로 ‘나는 공황장애이다’라는 단정으로 병원에 방문하면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들었을 때 거부감이 생기면서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공황장애라는 확신으로 관련 증상을 묻는 질문에 무조건 긍정을 해 실제로 진단이 왜곡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약 이나 치료 없이 공황장애를 극복한 사례를 매체에서 접하면, 당장 약물과 상담 치료가 필요한 다른 질환임에도 자신이 겪는 불안감을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공황장애 상태’라고 생각해 치료의 시기를 놓칠 위험도 있습니다(실제로는 공황장애도 대부분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됩니다. 내 증상이 공황장애라는 인지도가 높은 집단에 속한다면 치료가 잘 되고 정보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단은 전문의의 자세한 병력청취와 검사로 이루어지고 실제로는 공황장애가 아닌 다른 불안장애나 우울장애로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미디어가 주는 익숙함이라는 함정에 빠지면 자신을 위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안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송파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박진완 원장

박진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송파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서울 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료
전) 정신장애인직업시설 스롤라인 상담의
전) 용산구 보건소 정신건강 상담의
전) 국군 지상작전사령부 현역복무부적합 심의의원
전) 미래병원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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