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박진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에 사용하는 DSM-5의 최신개정판(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는 ‘인터넷 게임 장애’라는 항목을 카페인 사용 장애 등과 함께 추가 연구를 권장하는 섹션에 포함했습니다. 즉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과도한 게임을 치료가 필요한 ‘중독’질환으로 보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인터넷 게임 장애’라는 범주에 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닌 물질사용장애의 전형적인 양상이 있어야 합니다. 내성과 금단, 스스로 조절되지 않는 모습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한 어려움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게임에 몰두해 있다고 함부로 질환이라고 불러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있다는 것 자체가 게임에 병적으로 몰두해 있는 사람이 카페인을 과도하게 복용하는 사람만큼 많다는 것을 시사하기에 진지하게 접근해 나가야 할 주제입니다.
게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특히 젊은 사람들 중에 가상화폐인 ‘코인‘,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밤새 코인거래에 몰두하면서 피곤함과 스트레스가 쌓여 회사나 학교생활에 지장이 생긴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침대에 누워 손가락 하나로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을 휙휙 넘기다보면 순식간에 몇 시간이 지나있는 경험은 다들 있을 것입니다. 연예인들이 일명 ‘쇼츠 중독’에 빠져있는 모습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영하기도 합니다다.
우리가 이렇게 자극적인 것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뭘까요? 최근 여러 매체에서 ‘도파민 중독’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는데 이 단어는 실제로 핵심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무엇인가에 중독되고 이것이 질병까지 되는 과정에는 여러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이 작용하지만 이중 가장 대표적인 물질은 ‘도파민’입니다. 성욕과 식욕같은 자연적인 보상행동에서도 도파민이 나오지만 대표적으로 ‘물질 사용 장애’를 일으키는 마약류, 알콜, 니코틴 등은 기전의 차이일 뿐 공통적으로 비정상적인 도파민의 증가가 크게 관여합니다.
도파민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쉽고 빠르게 얻을수록 이에 중독되기 쉽습니다. 같은 복권이더라도 주1회 발표하는 로또보다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스피또가 더 중독의 위험이 높고, 같은 마약류 일지라도 주사제나 코로 흡입하는 마약류에 더 의존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현재 유행하는 코인, 숏폼. 게임은 중독에 빠지기 너무 쉽습니다. 코인은 24시간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언제든지 즉시 매매를 할 수 있고, 숏폼은 내가 관심있는 주제들을 알고리즘화 하여 1분이내에 짧게 소비하고 바로 다음 컨텐츠를 이어서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은 상상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시각적 자극을 바탕으로, 신체적인 활동없이 그 자리에서 즉시 몰두 할 수 있습니다. 모두 너무나도 간단히 접근할 수 있고 즉각적이며 강렬한 자극이기에 중독되기 쉽습니다.
심한 경쟁에 늘 예민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편하고 즉각적으로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것에 의존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쉽게 얻는 도파민은 즉시 더 큰 자극을 찾게 하고 점점 내성과 금단이라는 중독증상을 일으키게 합니다. ‘쉬운 도파민’ 내성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에 무감각 해지고, 점차 당장의 강한 자극 외에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게 되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에 즐거움을 느끼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독서와 운동, 노력으로 인한 성취 등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너무 빠르거나 직접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즉각적인 자극에 대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활동으로 우리 일상을 물들여 소소한 행복감이 가득한 인생을 즐기시길 부탁드립니다.
송파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박진완 원장
전) 정신장애인직업시설 스롤라인 상담의
전) 용산구 보건소 정신건강 상담의
전) 국군 지상작전사령부 현역복무부적합 심의의원
전) 미래병원 진료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