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박진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0세 주부 A씨는 1년 전부터 음식을 삼킬 때 마다 이물감이 느껴지고 식사를 하면 속이 쓰리면서 가슴이 아팠다. 전형적인 역류성식도염 증상이라고 설명을 들은 뒤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계속되었고 내시경을 포함한 각종 검사를 해도 정상이었다. 불편감은 점점 더 심해져 부드러운 음식을 먹지 않으면 소화불량이 심했고 최근에는 젊은 시절 스트레스 받으면 생기던 두통도 심해진 것 같았다. 검사는 정상임에도 증상이 지속되니 정신과 진료를 권유받았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이야기에 당황스럽기만 한 상황이다.

(위 사례는 실제 환자/보호자의 사례가 아닌 가상의 예시입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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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인불명의 통증이나 각종 신체 불편감으로 검사를 하고 약을 먹어도 호전이 없어 고통을 겪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각종 통증이나 무기력함, 구토나 소화불량, 속쓰림. 어지러음, 가슴 답답함, 소변을 보는 과정에서 불편감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변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검사결과 정상이라는 말만 반복해서 들어 주변으로부터 꾀병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악화되고 계속 되는 불편감에 무기력해지며 우울과 불안을 동반하는 경우도 잦습니다.

 이처럼 신체의 불편감은 있으나 검사에 이상이 없고, 명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을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다루는 ‘신체 증상 장애’의 일종일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합니다. 사람의 심리 상태는 신체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스트레스나 정서적 문제에 반응하여 체내 신경전달 물질과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 통증에 민감해 질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조절 이상도 생겨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이나 어지러움 등을 보이기도 합니다. 증상 확인에 과도하게 몰두하다보면 작은 변화도 민감하게 여기게 되면서 오히려 불편감을 실제보다 크게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다. 대체로 40,50대 이상의 중년, 여성에게 더 흔하며 성격적으로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억누르고 외면하는 경향성이 있는 경우에 위험성이 높습니다다.

 신체 증상 장애의 경우 반복된 검사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되어 소위 말하는 ‘닥터 쇼핑’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이 장기화되면 증상의 원인이 뚜렷하지 않아 치료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보호자 또한 지쳐가면서 관계가 악화되기도 하기에 경제적, 심리적으로 환자와 보호자에게 많은 고통을 줍니다.

 다양한 검사 후 이상소견과 진단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거나, 타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권유 받는 경우 바로 진료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질환이 만성화 되면서 우울과 불안이 동반될 경우 신체활동 자체가 저하되고 식사나 수면의 문제, 정서적 피로감 등으로 신체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의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가장 잘 이해하고 함께 치료 할 수 있는 의사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합니다. 방문 후 약물 치료를 하며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는 특정 화학물질의 농도를 높여 통증과 신체 불편감에 덜 민감하게 합니다다. 동시에 동반된 우울과 불안이 호전되면 위에 언급한 악순환의 고리도 끊을 수 있습니다다.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잘못된 인지나 심리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증상을 완화시키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접근도 가능합니다.

 신체 증상 장애는 원인을 모르는 상태로 진단과 치료과정이 길어지고 동시에 주변의 의심어린 시선을 겪게 되는 외로운 질환입니다. 현재의 통증이나 신체 불편감의 원인이 심리적인 것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진료실의 문을 두드린다면, 든든한 치료의 동반자와 함께 고통에서 빨리 벗어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다.

 

송파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박진완 원장

박진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송파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서울 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수료
전) 정신장애인직업시설 스롤라인 상담의
전) 용산구 보건소 정신건강 상담의
전) 국군 지상작전사령부 현역복무부적합 심의의원
전) 미래병원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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