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 생각에 사로잡히고, 그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강박증(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입니다. 강박증은 단순한 습관이나 꼼꼼함과는 달리, 고통스러운 생각과 통제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는 정신 질환입니다. 강박증의 증상과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강박증은 크게 두 가지 핵심 증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강박사고(Obsession) :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불쾌하고 원치 않는 생각, 이미지, 또는 충동을 말합니다. 이러한 사고는 매우 불안하고 고통스러워서 이를 무시하거나 없애려고 애쓰게 됩니다.

오염 강박 : 세균, 더러운 물질, 독성 물질 등에 오염될까 봐 끊임없이 걱정하는 생각.

의심 강박 : 문이 잠겼는지,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계속 의심하는 생각.

공격성 강박 :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것 같은 충동적인 생각.

대칭 및 정돈 강박 :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거나, 특정 순서대로 정돈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생각.

종교적 또는 성적인 강박 :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거나 금기시되는 외설적인 생각.

2. 강박행동(Compulsion) :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과 고통을 줄이거나, 특정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기 위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행동이나 정신적인 행위를 말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비합리적임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더 큰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씻기/청소 강박 : 손을 수십 번 씻거나, 샤워를 몇 시간 동안 하거나, 집을 반복적으로 청소하는 행동.

확인 강박 :  문단속, 가스, 전기 등을 수차례 반복해서 확인하는 행동.

정돈/배열 강박 : 물건을 특정 순서나 대칭에 맞춰 끊임없이 정리하는 행동.

반복 행동 : 어떤 행동을 특정 횟수만큼 반복하거나, 숫자를 세는 행동.

수집 강박 :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는 행동(저장 강박).

 이러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은 개인에게 막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시키며, 학업, 직업, 사회생활, 대인 관계 등 일상 기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합니다. 보통 하루 1시간 이상 증상에 시달리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강박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강박증은 왜 생길까요?

 강박증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 생물학적 요인 : 뇌의 특정 부위(뇌피질-선조체-시상-피질 회로)의 기능 이상이나 신경전달물질(특히 세로토닌)의 불균형이 강박 증상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유전적 요인 : 가족 중에 강박증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발병 위험이 다소 높아집니다.

3. 심리적 요인 : 과도한 스트레스, 외상 경험, 완벽주의적 성향, 책임감이 강한 성격 등이 강박증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강박증,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강박증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일 수 있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호전되고 조절 가능한 질환입니다. 증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1. 약물 치료 :

 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의 항우울제가 사용됩니다. 이 약물은 뇌 내 세로토닌 시스템을 조절하여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복용 초기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른 약물이 병용될 수도 있습니다.

2. 심리 치료 (인지행동치료,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

 강박증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비약물 치료법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노출 및 반응 방지(Exposure and Response Prevention, ERP) 기법이 핵심입니다.

노출 : 환자가 두려워하는 강박사고를 유발하는 상황이나 대상에 점진적으로 반복해서 노출되도록 합니다. (예: 오염을 두려워하는 환자가 오염되었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만지기)

반응 방지 :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을 줄이기 위해 반복적으로 해왔던 강박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훈련을 합니다. (예: 물건을 만진 후 손을 씻지 않고 불안감을 견디기)

 이 과정을 통해 환자는 불안감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감소한다는 것을 경험하고,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의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됩니다. 전문 치료사의 지도 아래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효과적입니다.

3. 기타 치료 및 생활 습관:

환자 교육 : 환자와 가족에게 강박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 과정을 지지하도록 돕습니다.

스트레스 관리 :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건강한 식단, 명상 등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강박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과 관련된 질환이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강록 원장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조언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키워드

#강박증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