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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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나의 사회 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일부 사람들의 쓰레기 집 문제인데요. 특히 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겉으로는 깔끔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정상인처럼 입고 다니지만, 집 안에는 오랜 기간동안 쓰레기를 모아두어 악취, 위생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월세로 살고 있는 경우에는 계약 기간 만료 후에 집을 원상 복구하지 않은 상태로 나가버려 힘든 시간을 경험하고 있는 임차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모아두고 있는 걸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이유가 강박증이나 우울증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단절된 채 혼자 살아가면서 취업 준비 등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 우울증에 취약해질 수 있고, 그 정도가 심해져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저장강박증이 있습니다. 추후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행위를 보이는 경우를 말하며, 책이나 옷, 신문, 박스 등 소모품으로 쓰고 버려야 하는 것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 둡니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고, 냄새와 악취가 심하며 벌레까지 돌아다녀도 이들은 버릴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쓰레기를 버리지 못한다고 해서 무조건 저장강박증으로 보기는 다소 어렵습니다. 일부 노인들의 경우 전두엽 손상(frontal lobe)에 다른 치매 증상으로 나타난 것일 수 있고, 일부는 스트레스, 우울 증 등의 상황적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해당 증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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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흔히 강박장애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역기능적 신념, 과도한 책임감, 완벽주의 같은 인지 특성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은 단순히 무엇을 버리지 않을지에 대한 결정뿐 아니라 무엇을 먹을지, 입을지와 같은 일상적 의사 결정에서도 현저한 어려움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이들은 정보 처리 능력의 결함과 의사 결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정리를 잘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들을 치료하는 것은 다소 어렵습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앞서 언급된 사례처럼 타인에 의해서 확인하지 않으면 해당 증상의 보유 유무에 대한 파악이 다소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스스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없고,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어 타인의 권유에 의해 병원에 방문하더라도 스스로 의지가 없어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다소 어렵습니다.

전반적인 증상은 강박장애와 유사하나 약물의 효과도 크게 나타나지 않는 편입니다. 따라서 약물치료만 단독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인지행동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초기에는 인지적 재구성을 통해 병식을 갖추고 그 후 행동치료 과정을 통해 물건 버리는 연습을 체계화하는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좋아질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만성화될 수 있어 치료적 예후가 좋지 않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료가 된 듯 보이더라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을 마주치면 다시 재발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따라서 주변에 저장강박증이 의심되거나 쓰레기를 모아서 발 디딜틈이 없는 집을 보게 된다면 반드시 치료를 권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장승용 원장

[참고문헌] 현혜민, & 박기환. (2018). 한국판 저장 척도 개정판의 타당화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건강23(3), 721-738.

장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합정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병원 인턴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한국정신분석학회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Master class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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