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박증은 습관이나 성격적 꼼꼼함과 혼동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강박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적인 생각이나 행동이 나타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하는 정신질환입니다. 환자분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어서 이에 따른 절망감과 죄책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합니다.
강박증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강박사고는 불안이나 공포를 유발하는 반복적인 생각, 이미지, 충동입니다. 이어서 강박행동은 그 불안을 줄이기 위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행동이나 정신적 행위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손을 계속 씻거나, 물건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 특정 숫자나 순서를 지켜야 안심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치료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데, 완전히 없어질 수 있는지로 접근하면 오해가 생깁니다. 강박증은 만성적인 특성을 가진 질환이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은 상당히 조절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강박증을 통제 불가능한 습관이 아닌 뇌의 과도한 불안 반응으로 이해하고, 이것을 목표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행하는 치료는 주로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합니다.
인지행동치료 중에서도 특히 노출·반응방 치료(ERP)가 표준입니다.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강박사고를 의도적으로 마주하게 되지만, 강박행동을 수행하지 않고 참도록 훈련받습니다. 처음에는 불안이 극도로 높아 어렵지만, 반복 훈련을 통해 뇌는 ’강박행동을 하지 않아도 위험이 생기지 않는다‘는 학습을 합니다. 예를 들어, 손을 씻어야 안심되는 환자에게 일부러 손을 씻지 않고 불안을 견디도록 하는 것이 ERP의 핵심입니다. 이 과정에서 치료사는 환자가 지나친 불안을 느끼면서도 안전하게 실습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지도합니다.
약물치료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주로 사용됩니다. SSRI는 강박사고와 불안 반응을 줄이고, 반복행동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약물은 치료 효과를 증폭시키고, ERP 훈련 중 불안을 견디는 능력을 높여주는 보조적 역할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안 완화와 수면 개선을 위해 저용량 항불안제나 기타 보조제가 병행되기도 합니다.
치료 효과는 즉각적이지 않습니다. ERP는 수주에서 수개월간의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며, 약물도 최소 8~12주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납니다. 또한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리 계획이 필요합니다.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증상을 이해하고, 강박행동에 대한 왜곡된 신념을 점차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강박증은 뇌의 신경회로가 불안과 안전 신호를 과민하게 처리하는 결과이므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반복행동과 강박사고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실제 임상 경험에서는 초기 치료가 늦거나 회피 행동이 심한 경우 회복이 더디지만, 적절한 ERP 훈련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정신의학적 접근을 따르면 충분히 증상을 줄이고 일상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습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이호선 원장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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