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십니다. 좋은 환경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아이의 개별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겠지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및 관심사를 특징으로 하는 신경 발달적 특성입니다. 그렇기에 이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이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은 변화에 민감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이에게 큰 불안감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루 일과를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적인 스케줄표를 활용하여 "밥 먹고, 놀고, 목욕하고, 잠자리에 들 거야"와 같이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관성 있는 환경은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며 불안감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둘째, 아이의 감각적 특성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감각 친화적인 환경이 필요합니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은 특정 소리, 빛, 촉감 등에 대해 과도하게 민감하거나 반대로 둔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 너무 밝은 조명, 특정 질감의 옷 등이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해주고, 필요하다면 소음 감소 헤드폰이나 빛 조절 장치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특정 감각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면, 안전한 범위 내에서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고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셋째, 아이가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은 언어적인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통의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림, 사진, 몸짓, 특수 그림 교환 시스템(PECS) 등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을 활용하여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작은 시도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아이가 표현하는 방식에 맞춰 인내심을 가지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촉진하는 환경은 아이가 세상과 연결되고 좌절감을 줄여나갈 수 있게 합니다.
넷째, 아이의 강점과 흥미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은 특정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이거나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발견하고 아이가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퍼즐에 흥미를 보인다면 관련 활동을 더 많이 제공해주고, 특정 패턴이나 숫자에 관심을 보인다면 그와 관련된 학습을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성공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사회성 기술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학습 환경은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가족의 따뜻한 격려입니다. 아이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작은 발전도 칭찬해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부모님 스스로도 지치지 않도록 적절한 휴식과 함께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이호선 원장
한양대병원 외래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임상강사
(전)성안드레아병원 진료과장, 구리시 치매안심센터 자문의, 저서 <가족의 심리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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