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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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시끌벅적한 시장이나 인파로 북적이는 공원에서 길을 잃을까 봐 불안해했던 기억,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이러한 불안감이 특정 상황에서 극심한 공포로 변질되어 일상생활을 마비시키기도 합니다. 바로 광장공포증입니다. 광장공포증으로 인해 집 밖으로 나서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사회생활은 물론 기본적인 생활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이 광장공포증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광장공포증은 도움을 받기 어렵거나, 갑자기 공황 발작과 같은 예상치 못한 증상이 발생했을 때 도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강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질환입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안, 붐비는 백화점, 줄을 서 있는 상황, 터널이나 다리 위, 혹은 사람들이 많은 광장 등에서 공포를 느끼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러한 장소나 상황에서 갑자기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지며, 어지럽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 심지어는 미칠 것 같거나 죽을 것 같은 극심한 공포를 경험합니다. 이러한 증상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 불안 때문에 해당 장소를 회피하게 되고, 결국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광장공포증은 뇌의 기능적 문제와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납니다. 특정 유전적 소인이나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과거의 트라우마나 스트레스가 촉발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공황 발작을 한 번 경험한 후, 그 공포스러운 경험이 다시 발생할까 봐 두려워 특정 장소나 상황을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회피 행동은 단기적으로는 불안을 줄여주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광장공포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광장공포증의 치료는 다른 불안 장애와 마찬가지로 인지 행동 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지 행동 치료는 환자가 두려워하는 상황에 대한 비합리적인 생각과 믿음을 변화시키고, 점진적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상황에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이라면, 처음에는 현관문 앞에서 서 있는 것부터 시작하여, 집 주변을 짧게 걷고, 점차 활동 범위를 넓혀가며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킵니다. 이 과정을 '점진적 노출 치료'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두려워하는 상황이 실제로는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불안감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약물 치료 역시 광장공포증 증상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공황 발작이 자주 발생하거나 불안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등의 약물 복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약물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조절하여 불안 반응을 줄여주므로, 인지 행동 치료와 병행했을 때 더욱 효과적인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은 증상을 완화하는 보조적인 수단이며, 반드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적절한 용량과 기간을 지켜 복용해야 합니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광장공포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신가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증상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진단하고 치료 방안을 함께 찾아나가야 합니다. 간단한 외출부터 시작해 조금씩 삶의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을 거치며 불안을 줄이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강록 원장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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