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일러스트_freepik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불안을 느낍니다. 아침에 문을 제대로 잠그고 나갔는지, 가스불은 제대로 꺼졌는지 염려되어 여러 번 확인하기도 하고, 학교나 일터에서 많은 사람 앞에서 뭔가를 해야 할 때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불안은 삶의 여러 순간마다 계속 찾아옵니다. 불안이 적당할 때는 적절한 긴장감과 함께 동기부여가 됩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불안은 미리 준비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우리를 자극하고 각성하게 만듭니다. 만약 전혀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세월아 네월아 하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다가 시험을 망치게 될 것입니다. 불안은 또한 위험이 다가왔을 때 이를 감지하고 피하게 하는 역할도 합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불안은 생존에 위협이 되는 대상이나 상황을 피하거나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완충지대의 기능을 가집니다.

 그러나 불안이 지나칠 때는 오히려 수행을 방해하거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가져오기도 하는데요. 학교에서 수업 중 발표를 하거나 회사에서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때, 긴장과 불안이 극도로 올라와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잘 알려진 ‘발표 불안’을 경험하는 분들입니다. 발표할 때 혹시 실수하지는 않을지, 바보 같아 보이지는 않을지, 내 목소리가 지나치게 떨려서 마치 염소 소리처럼 나오지는 않는지, 얼굴에 홍조가 올라와 홍당무처럼 보이지는 않는지 오만가지 걱정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발표 내용이나 발표를 하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발표를 마치고 나면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하거나 과도한 수치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발표에 대한 불안은 점점 커져가면서 말이죠.

 대인관계에서 특히 불안을 많이 느끼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일상적인 표현으로는 ‘대인공포증’이라고도 많이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런 증상을 경험하는 분들은 익숙하고 편안한, 친밀한 사람들을 만날 때는 괜찮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사회적 상황에서는 불편감을 크게 느끼는 것이 특징인데요, 전문 용어로는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라고 합니다. 사회불안장애로 진단되는 분들의 경우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상황이나 장소, 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이나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크고 그로 인해 학업이나 직업생활과 같은 영역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그 밖에도 뱀이나 강아지처럼 특정 대상에 대해서만 공포와 불안을 경험하는 특정공포증,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극심한 공포와 고통, 공황발작을 경험하며 급격한 심박수 증가, 발한, 숨이 가쁘고 답답한 느낌, 미칠 것 같은 두려움,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동반되는 공황장애, 개방된 공간이나 군중 속에 있는 상황 등에서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광장공포증, 다양한 일상생활 속에서 지나친 불안과 걱정을 느끼는 범불안장애 등 불안이 지나칠 때 우리는 다양한 증상을 경험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불안장애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가 주로 사용되며, 인지행동치료에서는 불안과 관련된 비합리적이고 과장된 신념 및 그와 관련된 행동 패턴을 밝히고 건강하고 합리적인 사고, 적응적인 대처방식으로 수정하는 훈련을 통해 불안을 다루는 법을 학습합니다.

 불안장애로 진단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불안은 아니지만, 불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때, 혹은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될 때는 불안을 다루는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호흡법과 이완하기

 불안은 신체적 각성과 동반될 때가 많습니다. 걱정되거나 불안한 상황 앞에서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거나 손발에 땀이 나기도 하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럴 때 천천히,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연습을 해보세요. 1부터 10까지 속으로 천천히 세면서 호흡을 깊게 들이마신 후 천천히 내뱉습니다. 복식호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을 깊게 가져가세요. 긴장했던 몸의 근육과 가빠졌던 호흡이 안정을 찾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순서대로 몸의 각 부위에 힘을 빼고 이완하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머리, 목, 어깨, 손, 팔 가슴, 엉덩이, 다리, 발로 천천히 내려가면서 힘을 빼고 근육을 이완시켜보세요. 긴장과 이완은 함께 할 수 없다는 원리에 따라 몸이 이완되면서 불안도 점차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 불안과 거리두기, 불안의 생각 풍선을 날려 보내기

 불안에 매몰되어 있으면 부정적 생각들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불안과 우울을 함께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의식적으로 불안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관찰자가 된 느낌으로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제3자의 시선으로 내가 느낀 불안이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고, 거리를 두었을 때 새롭게 떠오른 생각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불안과 함께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 등을 풍선이라고 상상하고 그 풍선과 연결된 끈을 잡고 있다가 놓아버리는 이미지를 떠올려볼 수도 있습니다.

3. 부정적 예측의 확률 검증하기

 불안은 주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일에 대한 걱정과 연결될 때가 많습니다.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올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상상하는 파국화는 불안을 증폭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걱정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불안할 때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나에게는 평생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죠. 과연 그럴까요? 이 말을 바꿔서 ”나에게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거야.“라고 해봅시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정말 아무런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검증해보는 것입니다. 십중팔구 한 달 동안 크든 작든 좋은 일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고, 이를 통해 우리는 불안과 염려가 지나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4. 불안과 연결된 욕구 인정하기

 불안을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는 받아들이되, 그 이면에 있는 깊은 감정이나 욕구까지 살펴보는 것이 불안에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발표할 때 바보같이 보일 것에 대한 불안이 있다면, ”아 나는 사람들에게 유능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구나.“라고 숨겨진 욕구를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망칠까봐 걱정하고 있다면 ”아, 내가 이 프로젝트를 정말 잘 해내고 싶구나.“라는 욕구가 그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겠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불안을 없애버리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이런 바람과는 달리 불안은 완전히 없앨 수도 없고, 불안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반드시 우리에게 유익을 가져다주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불안을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면서,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죠. 소개해드린 방법을 통해 불안과 더 사이좋게 지내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준배 원장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졸업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부교수
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마음건강클리닉
전문의 홈 가기

키워드

#불안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