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최준배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를 가진 분들은 게으른 사람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시선은 환자분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주며, 스스로를 비난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하지만 성인 ADHD를 뇌 기능의 생물학적 차이로 이해할 때, 비로소 올바른 접근이 가능해집니다.
ADHD의 생물학적 기반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도파민(Dopamine)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도파민은 흔히 '쾌감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동기 부여, 주의 집중, 보상 예측과 같은 실행 기능에 깊이 관여합니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특히 전두엽 피질을 중심으로 하는 뇌 영역에서 도파민의 활동 수준이 낮거나, 도파민을 운반하고 수용하는 시스템에 비효율성이 관찰됩니다.
이러한 도파민 활동의 차이는 곧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의 어려움으로 나타납니다. 실행 기능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을 말합니다. 계획 세우기, 우선순위 정하기, 작업 기억 유지, 충동 조절, 감정 조절, 그리고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능력 등이 모두 실행 기능에 속합니다.
성인 ADHD를 가진 분들이 겪는 '게으름'처럼 보이는 행동들은 사실 실행 기능의 어려움에서 비롯됩니다. 당장의 보상이 명확하지 않거나, 복잡하고 지루한 작업에 대한 작업 시작(Task Initiation)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일을 자꾸 뒤로 미루는 미루기(Procrastination)가 대표적입니다. 이는 도파민 시스템이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활동에 더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요한 정보를 작업 기억(Working Memory)에 유지하는 능력이 약해 쉽게 집중력을 잃거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벌여놓고 마무리하지 못하는 주의 산만과 비효율적인 업무를 보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시간의 흐름을 예측하고 그에 맞춰 계획을 짜는 계획 및 조직화(Planning and Organizing) 능력이 부족해 마감 시간을 맞추지 못하거나 약속 시간을 놓치는 시간 관리의 어려움도 흔하게 발생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뇌가 특정 상황에서 목표 지향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화학적, 구조적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성인 ADHD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접근법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뇌의 특성에 맞춘 환경 설계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단을 통해 자신의 어려움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닌, 치료 가능한 상태라는 것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는 실행 기능을 개선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뇌의 화학적 불균형을 해소하여 주의 집중력과 충동 조절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또한, 행동 및 환경 구조화가 필요합니다. 작업 기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 알림, 달력, 메모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외부 기억 장치 활용이 유용합니다.
크고 복잡한 작업을 작고 관리 가능한 단계로 나누어 업무를 세분화하고, 각 단계를 완료할 때마다 작은 보상을 주어 도파민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집중해야 할 시간과 장소에서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최소화하여 주의 산만을 줄이는 방해 요소 최소화를 실천해야 합니다.
성인 ADHD는 삶의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뇌의 특성입니다. 자신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길입니다.
삼성양재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최준배 원장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임의
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부교수
전)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마음건강클리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