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정신의학
정신의학신문 | 삼성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원장
전 세계 다양한 스포츠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프로부터 일반인 강습생까지 스포츠 인구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스포츠 인구는 진료실 안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프로 선수들에게만 사용하던 재활이라는 표현은 이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포츠 관련 손상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의원도 등장하고 있죠. 환청, 망상 같은 중증 정신질환을 앓는 분들이 주로 방문하던 정신건강의학과에도 이제는 시합 전 불안과 불면 같은 컨디션 조절을 위한 방문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시합 전 컨디션 조절은 모든 스포츠 종목을 가리지 않고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컨디션 조절은 주로 신체적인 부분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에, 정신적인 컨디션 조절은 선수 개인이 모두 감당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를 하기 힘들며, 그 결과 시합 전 불안으로 연습 때보다 훨씬 떨어진 기량의 시합을 치르게 됩니다. 물론 적당한 불안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나오게 하지 못하는 정도의 불안은 반드시 조절되어야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불안은 시합 전 잠을 못 자게 만듭니다. 불안으로 인한 각성 상태가 잠이 들지 못하게 하고, 전반적으로 얕은 잠을 자게 만들어 수차례 잠에서 깨게 합니다. 결국 깊은 수면 시간이 부족해 피로가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시합에 나가게 되죠. 이런 상태 자체가 다시 불안을 유발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시합 전 불안은, 시합 전날 잠을 잘 자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하지만 잠은 리듬이 있기 때문에, 결국 일상에서 잠의 리듬을 안정화시켜놓아야 합니다. 평소 새벽 2시에 자던 사람이 시합 전날 10시에 자려고 노력하는 것은, 평소 11시에 자던 사람이 10시에 자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시합을 위해 평소에 잠은 규칙적인 시간에, 되도록 12시 이전에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수면의 깊이를 얕게 하는 술이나, 각성을 시키는 카페인, 인삼 등 식품은 야간에는 피해야 합니다. 이렇게 수면 리듬을 안정화시킨 뒤, 아침에 일어난 뒤 루틴을 만들어 나갑니다.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 등 루틴을 만들어 불안을 내 의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이 루틴과 함께 흘러가게 합니다.
또 평소 긴장을 풀기 위한 호흡법을 연습해 놓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1~4까지 숫자를 세며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7까지 숨을 참고, 8일 때 입으로 숨을 뱉는 방법입니다. 평소에 이 호흡으로 불안을 낮추는 연습을 한 경우, 실제 시합에서도 같은 호흡으로 불안을 충분히 낮출 수 있습니다.
호흡을 하는 동시에 상상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 평온함이 내 코를 통해 들어오고, 숨을 뱉을 때 입으로 안 좋은 것들이 밖으로 나가는 상상을 하는 거죠. 이런 상상을 이미지로 바꿔서, 숨을 들이마실 때 평온한 파란 기운이 들어오고, 내뱉을 때 불안한 빨간 기운이 나간다고 상상하면 더 효과가 좋습니다.
불안과 수면은 미리 준비한다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합 당일 조절하려고 하면 대부분 실패하게 되죠. 불안과 수면 모두 리듬이 있기 때문이죠. 시합 당일 마음이 잔잔하기를 원한다면 미리 방파제를 쌓아 놓아야 합니다. 당일날 방파제를 쌓는다고 돌을 던지면 파도만 거세질 뿐이죠. 그러니 하루 십 분도 되지 않는 시간을 투자해 당신만의 방파제를 쌓아두세요.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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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재옥쌤 짱!"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