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삼성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모든 사람은 잠을 잡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불면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업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불면증이 생길 가능성은 모두 다릅니다.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 시차 변화를 자주 경험하는 파일럿 등은 불면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직업입니다. 잠드는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야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불면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죠.
운동선수는 단순히 생각하면 불면을 겪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대부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운동을 하며, 햇빛도 적절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동이 직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성취에 대한 부담이 불면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성취에 대한 부담은 충분한 휴식 없는 훈련 일정을 만듭니다. 운동을 하면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저녁 식후 고강도 훈련은 수면에 악영향을 줍니다. 몸에 남아있는 열감은 잠이 드는 데도, 잠을 깊게 유지하는 데도 방해가 되죠. 또 훈련을 하며 피드백받았던 것들이나 걱정들이 잠자리에서 떠오르며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합니다.
잠을 충분히 못 자게 되면, 다음날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이런 피로감을 극복하기 위해 흔히 카페인이나 니코틴을 사용하게 됩니다. 또는 에너지 수준을 더 높이기 위해서 카페인 등을 사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물질들은 몸에서 견딜 수 있는 한계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 한계를 넘어선 용량은 결국 저녁에 잠을 자지 못하게 만들죠. 불면은 다음날 피곤을 일으키고, 이 피곤을 극복하기 위해 카페인 등의 용량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각성 물질이든 그 양을 줄이려고 하면 나른함과 피곤함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금단증상이 견디기 불편하기 때문에, 저녁에 잠을 자게 만드는 가장 편한 다른 방법을 선택합니다. 바로 술이죠.
물론 술은 잠을 빨리 들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얕은 잠을 자게 하여 피로 해소를 더디게 만들죠. 이렇게 각성 물질-불면-술 이 한 세트가 되어 점점 상황이 악화됩니다.
따라서 불면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몇 시에 일어나고 훈련을 어떻게 하고, 각성 물질이나 보조제 등은 어떤 종류를 어떻게 먹고, 몇 시에 잠이 드는지, 잠이 안 오면 무엇을 하는지 등을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삶과 훈련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생활습관을 교정하죠.
또 약물 치료를 함께 하기도 합니다. 다음날 훈련이나 시합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지속 시간이 짧은 약부터, 충분한 수면이 필요할 때 쓰는 약까지 다양하며 무기력이나 의욕 없음 등의 증상이 동반된 경우는 아침 약을 추가하여 생활과 훈련을 돕습니다.
물론 이 약들은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수면 리듬이 안정화된 뒤에는 모두 중단할 수 있습니다.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고 약만 찾는다면 의존 가능성이 있지만, 습관을 바꾸고 내가 잘 잘 수 있다면 누구도 수면제를 찾지 않습니다.
낮에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밤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모두가 원하는 삶일 겁니다. 그래서 모두가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그 시도 중 일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다양한 시도 중 어떤 것 때문에 역효과를 내고 있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알지 못하기에 문제가 악화되죠.
특히 불면은 오랜 시간 겪을수록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문제를 검토하고 교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하루를 적어서 불면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확인하고, 바꾸는 시도를 먼저 해 보세요. 시도를 한 뒤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와 함께 상의하시기를 권합니다.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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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재옥쌤 짱!"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