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정신의학
정신의학신문 | 삼성마음숲 정신과, 김재옥 전문의
누구나 기적을 원합니다. 특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기적을 더 간절히 바라게 되지요. 하지만 누군가는 기적이 아닌, 평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정도만을 간절히 원합니다. 슬프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평소만큼의 능력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연습만큼만 시합에 나와 준다면 딱 좋을 텐데요.”
스포츠 불안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반드시 나오는 주제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결과를 위해서는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같은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 능력이 시합 당일 날 얼마나 발현되는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고, 이 차이가 작을지라도 승패를 가른다면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습 때 그대로의 기량을 시합에 기대한다면, 세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올바른 연습의 방향입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잘 지키기는 가장 어렵기도 합니다. 훈련을 더 많이 할수록 시합 성적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죠. 이런 기대는 보통은 옳지만, 가끔은 아니기도 합니다. 시합에 가까워질수록 불안이 높아지는 경우, 훈련을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훈련은 주로 자신이 잘하는 것 위주로 하게 되죠. 보완해야 할 것이 아니라요. 잘하는 것을 반복해야 안심이 되기에, 훈련 시간은 길어지지만 방향은 모호해집니다. 훈련은 실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또 그 경기에 중요한 것 위주로 하고, 마무리를 불안을 조절하기 위한 훈련으로 시간 배분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둘째는 호흡과 구호입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호흡이 있습니다. 이 호흡을 조절함으로써 우리는 몸과 정신을 준비시킬 수 있죠. 실제 경기에서 쓰이는 호흡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완을 위한 호흡, 다른 하나는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위한 호흡입니다. 특히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위한 호흡은 경기의 중요한 순간에 제 실력뿐 아니라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도와주죠. 예를 들어 빠른 달리기가 필요한 순간 바로 직전, 들이마시는 숨에서 ‘간’, 내쉬는 숨에서 ‘다’, 이런 식으로 호흡에 구호를 붙이는 것입니다. 어떤 구호도 상관없습니다. 연습 때 호흡과 구호를 정해놓고 계속 훈련을 한다면, 그리고 경기의 가장 중요한 순간 그 호흡과 구호를 마음속으로 외친다면, 몸과 정신은 연습 때처럼 따라올 것입니다.
셋째는 이미지입니다. 운동을 하는 누구나 자신의 폼을 거울로 확인하고 교정합니다. 또 자신의 폼을 이미지로 만들어 머릿속에서 시연을 해 보기도 하죠. 이런 방법들은 자신이 원하는 데로 자세를 교정하는데 효율적인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말하는 이미지는 다가올 경기에서 자신이 플레이하는 모습 그 자체를 상상하는 것입니다. 어떤 시간대에, 어떤 위치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 불안이 줄어들고, 실제 그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두려움 없이 몸이 움직이게 됩니다. 결국 연습 때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거죠.
우리는 늘 미래를 예상하며 준비합니다.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할수록 불안이 커지고, 이 불안은 현재 불필요한 준비를 하게 만들며, 미래가 현실이 됐을 때 더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하여 자신감을 없앱니다. 하지만 현재 내 연습과 훈련을 미래에 그대로 전달하게 하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을 수 있죠. 그 연결고리를 통해 현재 내 능력이 미래에 그대로 전달만 된다면, 후회 없는 경기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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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재옥쌤 짱!"
"정말 도움됩니다. 조언 들으며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