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자꾸 왜곡해서 상상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안 좋았던 일을 좋게 바꾸어서 상상하면서, 제 자존감을 보호하려고 노력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라도 왜곡을 하면 위안이 되는 것 같아 혼자 상상에 빠지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게 상상인지 망상인지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상상과 망상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또, 이렇게 기억을 왜곡해서 상상하는 것이 제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A) 안녕하세요. 기억을 왜곡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이것이 상상인지 망상인지 궁금하셔서 질문을 주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단, 말씀해주신 내용으로 봤을 때 망상으로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망상에 대한 일관적인 정의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망상은 일반적으로 병식(insight, 현재 자신이 병에 걸려있다는 자각)이 없습니다.

즉, 비정상적으로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이 실재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못합니다.

하지만 글쓴이 분께서는 상상과 실재에 대한 insight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두고 망상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억을 왜곡하는 습관은 정신 건강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해주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더 도움이 됩니다.

자존감이란 무조건 자신을 좋게 보는 것이 아닙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인정해주는 사람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주변에서 아무리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 단점을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훨씬 더 잘 알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왜곡된 자아를 습관적으로 만들게 되면, 주변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취약해집니다. 그러면 흔들리게 되고 자존감은 더욱 떨어집니다.

사진_픽사베이

말씀해주신 내용이 '망상'이라는 심각한 정신병리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습관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하신다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는 습관을 들이신다면, 정신 건강에 훨씬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습니다. '내'가 해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해주지 못하며 혼자 외롭게 남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나 하나는 내편이 되어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삶을 사실 수 있도록 바라겠습니다.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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