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저는 정신과에서 5개월 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약도 먹고 있고, 상담 치료도 받고 있어요. 증상이 어느 정도 좋아진 것 같긴 한데, 주치의 선생님께서 이 치료가 언제 끝나는지 말씀이 없으시네요. 상담 치료도 가끔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을 때도 있어요. 보통 정신과 치료는 자발적으로 종료하나요? 주치의 선생님께서 판단해주신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 그냥 보기에 괜찮으면 그만하자고 말씀하시나요? 다른 과랑 정신과랑은 좀 다르고 애매한 것 같아요.

 

사진_픽셀

 

A) 많은 환자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세요. 그만큼 중요한 고민이기도 하죠.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는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 이 두 종류의 치료를 동시에 하게 됩니다. 따라서 약물 치료 종료 시점과 상담 치료 종료 시점이 다른 경우도 있지요.

종료 시점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우울증의 종류, 환자 분의 선호도, 담당 주치의의 선호도 세 가지 정도 생각하시면 돼요.

 

먼저, 초발 주요우울장애, 재발 주요우울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우울삽화 등 우울증도 종류가 다양하고 그 상태에 따라 권장하는 약물 치료 기간이 있어요. 이 기준은 국가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죠. 현재 주치의 선생님이 진단명을 명확히 알고 계실 테니, 권장 약물 치료 기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 물어보시면 알려주실 거예요.

환자 분의 선호도도 영향을 줘요. 환자 분이 너무 바빠 상담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약물 치료를 오래 유지하기도 하고, 반대로 환자 분이 약물보다는 상담 치료를 원한다면 상담 치료에 더 집중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본인이 원하는 바를 주치의 선생님께 말하고 함께 고민해 보세요.

담당 주치의의 선호도 역시 영향을 줍니다. 어떤 선생님은 약물 치료를 더 선호하시고, 어떤 분은 상담 치료를 더 선호하세요. 물론 해당 질병에 대한 기본적인 틀 안에서, 주치의가 선택을 하는 거죠. 물혹 같은 병도 어떤 의사는 약을 먼저 써보자고 하는 경우도 있고, 수술로 한 번에 끝내자고 하시는 분도 있죠. 그런 차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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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예로 들면, 상담치료로 지지정신치료, 심층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가 흔히 적용돼요. 지지정신치료는 10분 내외의 면담이고, 어느 정도 정신적인 여력이 있는 분께 적용하는 치료방법입니다. 심층정신치료는 45분 내외의 면담이고,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우울의 근원적인 원인을 찾아내죠. 인지행동치료 역시 45분 내외의 면담이고,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우울을 치료하는데 특화되어 있어요.

어떤 종류의 상담치료를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에게 적합한 상담치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 볼 수 있으니, 상담치료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알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주치의 선생님이 일하는 병원의 여건에 따라서 심층정신치료나 인지행동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있어요. 환자 한 분을 45분 동안 진료하는 동안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없으니 진료 시간을 조정해야 하고, 공간이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거든요.

 

정리하면, 주치의 선생님께 약물 치료는 언제 끝나는지, 현재 받고 있는 상담 치료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있다는 점을 꼭 말씀하세요.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형태의 치료에 대해서 상의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정신과 치료의 백미 중 하나는 치료 종료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언제 치료가 끝나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환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한 질문이니까요. 불편한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성장이고, 또 불편한 질문을 받은 주치의가 내 예상보다는 괜찮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에요.

그러니 주치의 선생님을 믿고, 어려운 질문을 한 번 던져보세요!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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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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